고등어에 담긴 은밀한 거래, 사바사바의 유래

by Robin 임봉규


요즘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으나, 사바사바는 한때 우리 사회의 뒷면을 움직이던 묘한 힘을 가진 단어입니다.

원칙보다 인맥이, 실력보다 눈치가 앞서던 시절, 일을 뒷거래로 매끄럽게 처리할 때 사람들은 “사바사바 좀 해봐”라는 말을 주고받곤 했습니다.

이 말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뜻밖에도 생선, 바로 고등어와 마주하게 됩니다.


사바(サバ)는 일본어로 고등어를 뜻합니다.

일본에는 에도시대부터 ‘사바오 요무(サバを読む)’라는 관용구가 있었습니다.

직역하면 ‘고등어를 읽다, 세다’는 뜻이지만 실제 의미는 ‘수를 속여 이득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고등어는 쉽게 상하는 생선이어서 시장 상인들이 부패하기 전에 서둘러 팔기 위해 수량을 매우 빠르게 셌다고 전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보다 적게 주거나 많게 부풀리는 일이 잦았고, 여기서 ‘사바를 읽는다’는 말이 곧 ‘속인다’는 의미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이 일본어 표현이 ‘적당히 둘러대고 넘긴다’는 뜻으로 확장되며, 훗날 사바사바라는 말의 의미적 토대가 되었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또 다른 구체적인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당시 관청에 민원을 넣거나 경찰서에 볼일을 보러 갈 때, 마땅한 뇌물거리가 없던 사람들이 고등어 두 마리를 선물로 들고 갔다는 설입니다.


일본어로 고등어를 뜻하는 사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고등어 두 마리로 일을 슬쩍 처리했다”는 뜻이 되었고, 그 비릿한 청탁의 냄새가 사바사바라는 말 속에 남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문헌으로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으나, 당시의 사회상을 떠올리면 충분히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사바사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법보다 인맥이 통하고, 규정보다 관행이 앞서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 말은 처세의 상징처럼 사용되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 단어는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일을 조작하는 짓”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일본어에서 건너온 말이 우리 사회의 불투명한 현실과 맞물리며, 한국어 속에 깊이 뿌리내린 셈입니다.

이제 사바사바는 점차 사라져가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단어가 품고 있는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정직보다 요령을 앞세웠던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등어 두 마리로 일이 해결되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이제는 그 냄새까지 함께 걷어낼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