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00 > 그림 활동<그림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어린이를 만났다.
벌써 기억 너머로 지나가 버린 코로나시국이었다.
그때는 코로나 4단계로 3명씩 나누어 5조 모둠으로 활동했다.
역시 사람은 만나야 함을, 함께한 공간과 시간이 주는 뭉클함을, 다시금 느낀 시간이다.
처음 어린이에게 <구멍> 그림책이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나는 00(나를 소개합니다)
-나와의 인터뷰
-구멍 속 꼭꼭 숨어라
-나의 구멍이야기
을 준비했다. 앞자리에 둘러앉아 함께 책도 읽고, 그림과 짧은 글쓰기 활동을 했다.
어린이마다 개성 있는 그림과 진지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같은 이야기를 5번 했지만 매시간이
다르게 다가왔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지와 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눈도 잘 맞추지 않던 친구가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질문에 친구나 동생이 와서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할 수 있는 '칠판'이 되고 싶다는 말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밀한 따뜻함을
힘들다고 툴툴거리던 친구가 여름에만 일하고 계속 놀 수 있는 '에어컨'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에,
누구나 쉼이 필요함을 느꼈다.
<나는00 >그림 활동마스크 위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어린이와 눈을 맞추고 잘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눈물까지 찔끔거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 저녁준비를 하는데,
옆에서 조잘조잘 쉬지 않고 반찬에 반기를 드는 둘째 딸에게 그만 확!
터져버린 나는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 깨달으며 혼자 밥 숟가락을 들었다.
구멍책만들기와 질문지
드로잉 한 줄
자작나무 숲의 울창한 가지 사이로 내리는 햇살, 벌레를 물고 온 어미 새가 보소소한 아기
울새에게 날아왔을 때 아기 울새들이 부리를 더 크게 벌리려고 우는 지저귐, 거칠었던 바위 조각이 둥글게 닳아빠지는 냇물 속 조약돌의
돌돌거리는 움직임
ㅡ유형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