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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2시간전

우리 엄마는 말이야

잘하는 게 하나 있지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차려주는 밥이다.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인데

집에 오니 6시가 넘은 저녁시간이었다.

그날따라 밥도 없고 반찬은 더더욱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두 칸은 텅 비어 있었고

한 구석에 호박이 보였다.

다행히 밀가루가 좀 남아있어서

김치 종종 썰고 

호박도 탁탁 채 썰어 김치부침개를 부쳤다.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한살림 밀가루에 부친

김치전은  내 입에도 좀 싱거웠다.

두 딸은 김치전에  고기대신

호박이 들어간 것을 보고

이미 실망

맛을 보고 또 실망했다.


나는   "부침개는 간장을 찍어야 맛있지"

하며 급하게 초간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상큼한 초간장만으로는 역부족인

부침개의 맛과 비주얼이었다.


첫째 딸이 말했다.

"엄마~김치전에 호박은 진짜  아니다"

그러자  옆에서  아빠표 고기 김치부침개가 그립다던 둘째 딸이 대뜸

"우리 엄마도 잘하는 요리가 하나 있지"

하는 것이다.

내가 묻기도 전에 둘째 딸은

"엄마는 소스를 잘 만들지........

특히 간장에 식초를 넣는 초간장!!"

하며 나를 보며 씽긋 웃었다.


그러자 옆에서 초간장에

부침개를 찍어먹던 첫째 딸이

"초간장을 요리라고 하기에는...... 좀..... 그래!!

엄마도 밀키트는 잘하겠지 그렇지 엄마?"

하며 슬며시  부침개를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지금 오고 간 대화는

위로? 두 번 죽이기? 인정? 신뢰?


두 딸에게 돌려 깎기를 당한 나는

다음에는  부침 가루를 구비해 놓으리라 다짐했다.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첨가물 없이  

건강하고  본 재료가 가지고 있는

담백하고 건강한 맛의 중요함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

성격형성에도 음식이 중요하다

등등을 설파한 후  

그날 저녁은 추억의 계란밥을 해 먹었다.


여기에는  식초 간장대신

참기름 간장이 들어가니


맞네~

나는 간장 소스를 진짜  만들었다.






토닥 한 줄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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