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술 후 정확히 1년이 되던 날 재발이 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1년간 항암제 임상 연구에 참여했고, 3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았으며,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동안 '4 암이지만 그래도 수술 잘 되었고, 관리하면 완치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임상 기간 동안 교수님 진료를 10초면 마칠 정도로 약간의 수술 통증 외 아무 이상이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통증과 이상한 기분이 불안했다.
교수님께 말씀드려 원래 촬영일 보다 1달이나 먼저 당겨서 mri를 촬영했다.
그리고 안 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재발 판정을 받았다.
재발진단을 받고 최대한 빠르게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장 암의 유형은 진행이 빠른 편이라
더욱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병원을 옮겨 두 번째 수술을 했다.
수술로 제거 못하는 암세포는 방사선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그리고 3개월 mri를 보니 다행히 방사선 치료가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다행이다' 생각했다.
잘 관리해야지 하며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골고루 먹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내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조그만 작업실을 하나 꾸려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있었고,
나에게 암세포가 생긴 덕분에 새로운 유형의 삶을 살게 되었다.
작은 작업실을 얻어 사진관을 차리는 새로운 경험도 하고
지구본을 돌려야 할 정도로 먼 곳으로 여행도 다녔다.
암환자가 된다는 건 서글픈 일이지만 꼭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도 얼마 가지 않았고 또다시 다른 부위에 재발을 했다.
척추뼈에 재발한 것이라 수술은 어려웠고 다시 방사선을 진행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커지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다.
그 뒤로 잠잠하다 전이되다를 반복했다.
결국 요추뼈에도 전이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뼈가 3개째 되었고
자연스럽게 전신치료 방법으로 항암제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암 환자의 완치 판정은 재발 없이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한다.
국가에서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완치라고 판정해 주며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가 된다.
환우들 사이에서는 졸업이라는 표현을 쓰고
서로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며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다.
나는 그 타이머가 1년, 6개월 그리고 3개월에 한 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
참 어려운 문제다.
처음 발병하고 수술했을 때는 5년 후를 계획했고
처음 재발했을 때는 3년, 그리고 다음은 1년,
이제는 3개월 후도 계획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
아니 계속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 같다.
문제는 나는 제자리걸음을 걷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간은 잘만 간다는 것이다.
나만의 속도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나 혼자 살 때 이야기다.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기회가 아까울 따름이다.
부모님의 시간도 똑같이 흘러 점점 작아지신다.
내가 보호해드려야 할 시기인데
몸과 마음 모두 나에게는 아직 택도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나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고
물론 상황은 심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픈 걸 까먹기도 하고
재밌게 살고 있었다.
그저 시간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는 군대 농담이 있다.
군인일 때는 매일 그 생각하면서 누나가 입대 선물로 준 시계를 들여다보았었고
전역하고는 추억만 간직한 체 착용은 안 하고 보기만 한다.
암 환자의 시계는 제발 하나면 충분한데
자꾸 자고 일어나면 왼팔, 오른팔 가리지 않고 누군가 하나씩 더 채워 놓고 간다.
매번 00시 00분이다.
암 환자의 손목시계는 5년을 채워야 풀 수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 새로운 시계를 채워두고 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