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펴도 아름답습니다.

by 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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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름은 넓을 호 / 꽃 영을 써서 호영이라고 합니다.

풀이를 해보자면 넓게 꽃을 피우고 영화를 누린다.

뭐 정확히는 몰라도 그런 뜻인 것 같습니다.


꽃을 피우고 영화를 누린다는 게 무엇일까요?

어떤 결실을 보고 성과를 낸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우리는 진학, 취업, 연봉의 위치를 보고

꽃을 피웠는지 피우지 못했는지 말하곤 합니다.


인스타에 #꽃이라고 검색하면

1,000만개가 넘는 게시물 대부분이 활짝 핀 꽃 사진입니다.


결실을 보지 못한 대부분의 꽃 들은

포토라인에 설 수도 상품으로 진열되기도 어렵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기다리고 꽃을 피우면 다행이지만

꽃을 피우기 전에 병들거나 시들어 버린다면

혹은 누군가에 의해 꺾이거나 부러져 버리면 평생을 포토라인에 설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덜 핀 꽃도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불완전한 과정이 없다면

어떤 완전한 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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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연히 인스타에 꽃 사진을 보고

‘왜 활짝 핀 친구들만 게시되는가?’부터 출발한

저의 고민은 덜 핀 꽃을 찾아 그 나름으로도 아름답고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해 보았습니다.


아직 활짝 피지 못한 백합의 꽃망울을 보자니

불완전, 미숙함, 젊음, 움직임, 고통과 성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게 지금 나의 모습, 또는 대부분 청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로 5년째 투병 중입니다.

중병을 얻어 남들과 다른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을 3주에 한 번씩 가고

남들이 들으면 심각할 이야기를 너무 많이 나눠서

이제는 담당 교수님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저의 이름처럼

넓고 광대하게 꽃을 피우고

영화를 누리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나의 덜 핀 모습도 사랑스럽고

심지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꽃을 피우기 위해 고민하던

과거 30여 년의 삶들보다 5년째 투병하는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아직 피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조금의 위로가 될까

또는 나 스스로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될까 해서


과거에 촬영한 사진과 글을 다듬어 공개해 봅니다.


통계적으로 저와 같은 병을 얻은 분들의 10명 중 8명은 5년을 못살고 죽는다고 합니다.


저의 이름과는 다르지만

덜 피어버린 저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진 것을 잃지 않은 상황에서 알게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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