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리고 걷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직장 생활에서 낙오하였습니다.
일은 너무 재미있었지만 저에게는 그 일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걸
2년 만에 알게 되었습니다.
대책 없이 퇴사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배낭에 텐트를 챙겨 강원도부터 부산까지 걸어간 적이 있습니다.
학생일 때부터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여행은 심플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해안가를 따라 걸었습니다.
해가 뜨면 걷고, 해가 지면 잠들었습니다.
걷다보니 부산에 도착했고 더 이상 걸어갈 길이 없었습니다.
770km 정도 되는 거리를 걷고
야외에서 비박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해안가를 따라 걸었던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여행 기간 내내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철이 없었죠, 바다가 좋아 파도 옆에서 잠을 잔다는 게..)
내 생에 그렇게 자유로운 시간이 있었을까요.
이름도 모르는 동해바다 시골마을 모래사장에서
아무렇게나 배낭을 던져놓고 철푸덕 주저앉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담배를 태우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혼자 있는 것 같았고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 종일 걷다
어디든 주저앉아 콜라 한 캔에 담배를 피우고
밤이면 해변에서 마른오징어에 소주를 마셨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이 모든 일들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건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담배를 피우고 소주를 마시며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걸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