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부동산은 항상 뜨거운 주제다. 그렇기에 휘둘릴 이야기도 많고,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부동산은 비싼 자산이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손실이 큰 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결정해야만 한다.
집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택, 오피스텔, 빌라, 아파트, 원룸… 종류는 다양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묻는 질문은 집의 형태가 아닌, 집의 정의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집인가? 그럼 기숙사도 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숙사는 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개인소유여야 하는가? 그렇다면 월세나 전세는 집이라고 볼 수 없는가? 그렇지도 않다.
과감하게 이야기하겠다. 한국사회에서 집은 대표성을 가진다.
비교하는 문화가 짙은 한국에서 어떤 아파트, 어떤 평수, 자가, 전월세 여부 등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로써 사용된다.
그러나 1장에서 이미 언급했듯,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것은 자본주의 노동자의 특징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직장을 찾는 비교가 습관으로 배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가와 자본가는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나의 아이디어, 나의 안목이 더 좋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 위엔 더 좋은 것이 있으며, 비교는 아무리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끝없는 비교는 열등감의 고리에 빠지게 하며 삶을 불행하게 한다.
그러므로,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집의 정의를 명확히 가져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집이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주거환경이면 내가 만족하는지. 혹은 나는 집을 투자대상으로 생각하는지, 순수주거 목적만으로 생각하는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남들 생각대로 살면 남들과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남들과 다른 결과를 얻고 싶다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자가, 전세, 월세
스스로 집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위의 세 선택사항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 특유의 복잡성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전세 : 집값의 70%를 주고 집을 2년간 빌리는 것이다. 2년 뒤 금액을 돌려준다. 얼핏 보면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니 좋은 제도 같다. 게다가 나라에서 전세금은 저금리로 대출을 해 주니 목돈이 없는 사회초년생은 전세금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고 사는 선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자가 : 집을 사는 것이다. 돈 주고 사는 경우도 있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전세 끼고 매매라는 것이 있다. 이 부분을 잘 이해해야 전세사고 같은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앞서 전세금이 집값의 70%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집값이 100이라고 봤을 때, 구매자는 전세세입자를 구하면, 그 돈과 자신의 돈 30을 합치면 집을 살 수 있다.
이제 이 집의 주인은 구매자이며,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전세세입자이다.
상식적으로, 어떤 물건을 살 때 주인이 30% 를 지불하고 빌리는 사람이 70% 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적어도 50% 이상 지불하는 사람에게 권리가 있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은 아니다. 몹시 특이한 구조다.
판매자는 100의 돈을 가지고 가 버렸다. 구매자는 전세금 70이 없는 상황이다. 2년 뒤 전세금을 돌려줄 때가 됐을 때, 다음 세입자를 구해 돌려 막지 못하면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다.
전세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경매에 붙여 팔린 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보통 집값의 70% 정도에 경매낙찰이 되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어찌어찌 돌려받을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경우가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은행이 끼어들었을 때이다.
애초에 구매자가 30의 돈을 은행에서 빌려 집을 구매했다면, 70의 낙찰금 중 30은 은행이 먼저 가져간다. 은행은 자본주의 원리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우선권이 있다. 결국 전세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40만 남게 된다.
세입자는 2년 동안 30을 손해 보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 의문이 한 가지 든다. 왜 구매자는 돈을 빌려서까지 집을 사려고 했을까? 어차피 전세세입자가 들어오면 자신은 살지도 못하는데?
간단하다.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존 구매자는 30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2년 뒤, 집값이 120이 되었고 집을 새 구매자에게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구매자는 은행에 30을 갚고, 전세세입자에게 70을 돌려주고도 돈 20이 남는다! 아무런 노동 없이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돈을 벌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집값이 80이 팔렸다. 이제 은행에 30을 갚고 남는 돈은 50 뿐이다. 돌려줄 돈이 없으니 전세세입자는 20의 손실을 보고 말았다!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이 이득을,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세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집주인은 위험부담 없이 이득만을 챙길 수 있다.
전세는 집주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계약이다.
물론 100% 지분을 가진 집주인을 구할 수도 있겠다.
은행도 없으니, 2년이 지나면 집주인에게 맡긴 돈 70은 돌려줄 것이다.
이 경우,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이 전세금 70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답은 아니다! 집주인은 전세세입자의 돈 70을 받아서 통장에 넣어두지 않는다! 주식, 비트코인, 주택 등 전세금을 투자하여 만기 시 그 투자가 잘못될 경우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역시 다음 새 전세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집이 경매로 낙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전세자금을 은행에 대출받아서 집주인에게 준 것이라면? 대출이자는 세입자가 내고 집주인은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꼴이다. 그렇다고 수익이 발생하면 이익을 공유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이 역시 집주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계약이다!
즉, 전세제도는 마치 저렴하게 집을 빌릴 수 있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이익은 집주인이 가져가고 모든 리스크는 전세세입자가 지는 구조다.
전세를 살 바에는 월세를 사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 게다가 전세금에 해당하는 돈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나름대로 자신이 투자해서 그 투자수익을 자신이 올릴 수도 있다.
사회초년생이라 목돈이 없다면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신중하게 전세를 살아볼 만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월세나 자가 구매를 추천한다.
하지만 2장에서 설명했듯, 금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에 이 또한 리스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차라리 월세를 계약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저출산과 부동산.
한국의 저출산 기조가 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만 맞는 말이다.
저출산, 인구 감소로 인하여 지방은 소멸되어 지방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것이지만, 이로 인해 지방 인프라 감소 -> 지방기피 현상 -> 수도권 집중현상 이 이뤄질 것이며 수도권의 부동산가격은 어느 정도 지지받거나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2장에서 설명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현금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과 같은 상품은 가격자체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자금은 은행대출 자금이 많아, 부동산 폭락 시 은행위기가 따라오게 된다. 그러나 은행은 자본주의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시설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이런 위기를 막기 위해 정책지원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