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에서는 목수와 어부의 경우를 통해 노동자 계급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를 설명했으며, 3장에서는 사업가와 자본가를 통해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자든 사업가든, 모든 계급이 자유로울 수 없는 자본주의의 큰 함정이 있으니, 그것이 소비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을 곧 소비력과 이어진다.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 쌓은 돈은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숫자가 적힌 종이, 혹은 데이터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노동을 제공한 만큼 일부 돈으로 환산받으며 그 돈은 다시 타인의 서비스, 혹은 물질로 환산했을 때에만 가치가 생긴다.
더욱이 자본주의에서는 지속적으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내일 소비하는 것보다는 오늘 소비하는 것이 효용가치가 높다.
그럼 오늘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으냐?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돈을 다 써버려서는 미래의 사업과 투자를 시작도 할 수 없으며 평생 노동자 계급에 갇혀버리게 된다.
하지만 오늘 쓰지 않고 저축을 해 봤자 자본주의의 법칙에 의해 돈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소실된다!
저축도 손해고 소비도 손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흔히 음식, 옷, 자동차, 혹은 해외여행 등의 물질, 경험 구매만을 소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사용하는 모든 행위는 소비에 해당된다.
은행에 10% 금리로 1년 동안, 100만 원 예금을 “맡겼다” 고 말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
100만 원으로 1년 뒤의 110만 원을 구매한 것이다. 다만 110만 원은 1년 뒤에 배송된다.
이것은 “예금소비”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5천 원짜리 떡볶이를 먹으면 그 5천 원은 전액 소실된 것이다. 5천 원을 저금통에 넣으면 일부 가치소실 될 것이다. 하지만 5천 원으로 예금을 사면 5천500원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모두는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며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간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소비를 한다면 그것이 부를 모으는 습관의 첫걸음이 된다.
소비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필수소비
이는 하지 않으면 생명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소비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쌀밥에 김치만 있어도 살 수 있고, 누군가는 술담배 없이는 살 수 없으며, 누군가는 디저트 없이는 살 수 없다.
당신이 어떤 사람에 해당하건 간에, 이 필수소비의 종류와 금액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부자가 되는데 유리하다.
가치소비
시간이 지나 미래에, 구매한 가격보다 가치가 상승하는 소비이다. 예시로 예금, 적금, 투자, 부동산 등 금융상품도 있지만 영어학원, 해외여행, 필라테스 등 자신의 미래가치를 올릴 수 있는 모든 소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소비는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소비하느냐 가 가치소비 여부를 결정짓는다.
소실소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소비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치소비와 소실소비를 혼동한다.
예를 들어 유명인이 샤넬가방을 구매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은 가치소비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유명세와 선망이 곧 자신의 수익과 직결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이는 소실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순간의 기분은 좋을 수 있겠지만 그 행동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지도, 미래의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샤넬가방의 한정가치를 인지하고 미래가격 상승을 예견해 구매했다면 가치소비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우리는 몹시 많은 소실소비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예시를 들지 않아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소비는 자본주의에서 주어지는 보상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어 더욱 돈을 갈구하게 만들고 자본주의를 따르도록 만든다.
지금까지 당장 소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자국 더 생각을 내디뎌 보자.
당장 소비하고 나중에 지불한다면, 그것은 더더욱 현명한 소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연하다! 한 번에 100만 원어치를 소비하는 것보다, 100만 원짜리를 10번에 나누어 지불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물건의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100만 원짜리를 10번에 나누어 낸다면 최종적으로 그 물건은 향후 100만 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꽃, 신용카드의 함정이다.
신용카드는 편리하다. 금액을 나누어 지불한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혜택도 제공한다. 포인트도 준다. 필요하면 현금서비스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신용카드만 결제할 수 있는 코스트코, 현대콘서트 등의 혜택들도 있다. 약간의 연회비를 내긴 하지만, 돌려받는 혜택에 비하면 연회비는 작은 수준이다.
분명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신용카드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 그들은 자선단체가 아닌데 말이다.
신용카드는 가난한 자들의 돈을 뺏어 부자들에게 혜택을 나누어 주며, 중간에 그 수수료를 남기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최선봉의 시스템이다.
이제 그 방식을 알아보자.
연회비
신용카드는 연회비를 걷는다. 연회비는 카드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어쨌든 선납금이 있는 셈이다. 이는 신용카드 가입자로 하여금 ‘본전’ 이상 뽑게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과 조급함을 불러일으켜 소비를 촉진한다.
실적
신용카드에서 실적이라 함은 얼마를 썼냐는 말이다. 실적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등) 커트라인은 카드사에서 결정하며 실적을 달성하면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여 달성욕구를 만들고, 아쉬운 금액이 될 때마다 소비경쟁을 부추긴다. 실적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그 혜택을 누리려면 또 소비해야 하므로 결국 소비는 이어진다.
무이자 할부
신용카드는 지불금액을 나누어서 할부로 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때, 미납금액 금액은 실적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구매하여 10회로 할부한다면, 10만 원씩 10달을 지불해야 한다. 나는 이번 달에 100만 원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10만 원이다! 이는 큰 금액을 이미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소비를 부추긴다.
리볼빙
신용카드는 결제 순간에만 할부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100만 원어치 구매를 했지만 결제일이 다가와 할부를 선택하고 싶다면, 그것은 리볼빙이라고 부른다.
이미 결재한 금액을 할부화 하는데 이때는 수수료가 발생한다.
단지 미리 할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초기에 할부를 선택하도록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할부는 실적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아 더 큰 소비를 하게 만든다.
결제액 갱신지연
신용카드는 지금까지 내가 얼마를 썼는지 즉각 즉각 보여주지 않는다. 취소할 수도 있고, 전산화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내 생각엔 핑계에 불과하다.) 이유로 이번 달의 결제금액을 바로 확인할 수 없으며 최소 하루, 늦게는 이틀 뒤에야 결과를 알려준다.
우리가 생각보다 카드 값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틀 전의 카드 값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
신용카드는 돈도 빌려준다! 어차피 돈을 빌릴 거라면 실적도 쌓는 현금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현금서비스의 수수료는 매우 비싸다.
위 6가지의 소비가속 시스템이 어떻게 부자에게 혜택이 될까?
첫째. 부자에게 연회비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므로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둘째. 부자는 기본적인 소비금액이 높으므로 실적을 쉽게 달성한다.
셋째. 부자는 돈이 많으므로 굳이 할부를 할 필요가 없다.
넷째. 부자는 돈이 많으므로 리볼빙 역시 필요가 없다.
다섯. 부자는 돈이 많으므로 현금 서비스 역시 필요가 없다.
위와 같은 이유로, 부자들은 현금서비스에서 만드는 소비촉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에 반해 가난한 사람은 연회비, 실적, 할부 등의 요소로 극한의 소비촉진상황에 노출되며, 많은 수수료를 떠안게 된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낸 수수료로 신용카드회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자들은 별다른 비용 없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현명한 소비의 역설이다.
미래의 가격상승을 예상해 지금 소비하는 것은 현명하다.
그러나, 미래에 가져야 마땅한 것을 미리 소비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미래를 돈 주고 살 수 없듯이, 미리 사는 행동은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제 현명한 소비의 뜻을 이해했기를 바란다.
정리하면, 현명한 소비는 지금 가치소비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