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랑 결혼은, 못 하겠어.

by 송대근

기다림은 끝났고, 토기는 무사히 돌아왔다.

살이 약간 붙었고, 털도 더 길어졌지만...

나는 그의 몸보다 마음이 더 걱정됐다.


첫 만남 이후 줄곧 느껴왔던 한 가지 —

이 남자는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이 된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기억도 못할 만큼 취해 전화하고,

횡설수설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고,

감정의 밑바닥을 꺼내 보여주곤, 다음 날엔 아무 일 없던 듯 행동했다.


그게 나를 힘들게 했다.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은 나였다.

그 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를 받아내고,

그 무게를 견디고,

혼자 상처받고,

또 다음 날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를 대해주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것이 반복되면, 나는 이 사랑을 견딜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결혼은,

단지 사랑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하루를 살아야 한다.


잠든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아플 때 옆에 있어야 하고,

기쁠 때도, 상처받을 때도,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가 만취한 상태로

내게 손을 들기라도 하면?

혹은, 소리를 지르고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을 내게 던지면?


나는 작다.

몸도, 마음도.

나는 도망칠 수 없게 된다.

그게 결혼이라는 제도다.


그런 생각이 나를 쥐어짰다.

결혼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토기가 말했다.

"나는 너랑 결혼하고 싶어."


그 말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조건 '싫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하게 '좋아'라고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일단 비혼주의자다.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단호한 거절을 내미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난 너랑 결혼은, 못 하겠어."


"왜?"

"너처럼 술을 마셔대면, 나는 결혼 못 해."


말을 꺼내는 순간, 가슴이 조금 저릿했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내 기준은 단순했다.

담배 안 피울 것.

술주정 부리지 않을 것.

그리고, 나를 이해할 것.


병원에서 매일 주취환자들을 보며

나는 알았다.

취한 사람은 어떤 절제도, 어떤 책임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사랑 이전에 공포다.


토기는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잠시 후 말했다.


“맞아. 술은 항상 내 인생에 문제였고, 지금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그러니까 끊어볼게. 하지만 이건 나한테 정말 힘든 일이야.

이건 습관이 아니라, 병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

그건 단지 '노력해 볼게'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자신의 약함을 내게 꺼내 보인 것이다.




그 후로 1년 간.

토기는 술을 끊었다.


믿기 어려운 변화였다.

살도 빠지고,

건강수치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눈빛이 달라졌다.

나를 바라보는 눈에서

보이지 않는 약속이 느껴졌다.


이 사람이라면,

함께 살아도 되지 않을까?


이제야 비로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가 다시 술을 입에 대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인간은 언제든 흔들리고, 약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는 나를 위해 변하려 했고 그 변화를 지켜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

사랑보다 더 깊은 감정을 느꼈다.


신뢰.

그것이 나를,

비혼주의자였던 나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속게 된다.

폭삭.




아주 깊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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