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1살 - 파주, 입대

국가가 너를 부른다.

by 송대근
지져스 크라이스트!!


언젠가 이 날이 올 거라고 알고 있었어. 몰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라니!!


네, 저는 20살에 실컷 놀고 21살에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러 갔습니다.

입영영장을 받고 발에 불똥 떨어지듯 입대신청서를 작성하다 보니, 좋은 월에는 입대하기 경쟁이 몹시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대를 하려고 해도 대기번호 이런 게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병역의 의무가 끝나고 바로 본업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인기가 좋은 해당 월이 정해져 있는데요.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 이제 군대나 갈까?" 하는 놈들에겐 그렇게 좋은 입대일이 주어질 턱이 없었습니다.


'와... 입대도 쉽지 않네?'

이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동네 고등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너 나랑 동반입대 할래?"

동반입대?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긴 하지만, 일반입대, 주특기 입대, 동반입대 등등, 군대 가는 것도 대학 가듯이 전형이 따로 있다고들 합니다.


"동반입대 하면 원하는 날짜에 입대할 수 있대!"

그야 그렇겠죠?

누가 손잡고 입대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어감자체가 동반자X 같잖아요!!


하지만~

"까짓 거 그래, 한번 해 보자."

저는 별 생각도 없이 쉽게 수긍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복무기간이 21개월이었는데, 입대일자를 잘못 맞추면 반학기, 혹은 1년을 쉬어야 할지도 몰랐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순진하게도, 동반입대를 하면 친구가 곁에 있으니 군생활도 할만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기대는, 국방부에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ㅎㅎ




제 입대일이 결정되자, 아버지께서는 원 없이 쓰고 가라며 100만 원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항상 3만 원, 5만 원씩 쓰던 저에게는 너무나 큰돈이라 어찌할 바 몰라 그냥 예금으로 저축했습니다.

사실 돈 펑펑 쓰고 놀려고 해도, 맘이 불편해서 잘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입대일은 다가옵니다.


부모님께서 의정부의 입대부대까지 배웅해 주셨고, 점심시간 입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입맛이 없어 참치김밥을 대충 먹었습니다. 그때 먹은 참치김밥은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첨언하자면, 부대 앞의 의정부 부대찌개 집도 맛이 없기로 유명합니다.

아마, 꼭 맛 때문은 아니겠지요.


부대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동반입대는 친구가 있으니 더 하드한 임무로 배치하더라고요.

뭐... 입대당일 취사반에 업무지원 나갔다가 취사병에게 얼차려(지금 생각해보면 부조리) 도 당했고


취사지원을 나가 급식소 어머님들의 노고를 몸소 체험하면서, 군인으로서 기본적으로 받아야 할 제식 교육도 받지 못하고 이하 기타부대로 뿌려지게 되었거든요.


주특기도 포병이 걸렸는데, 희한하게 포병에 동반입대자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포병이 힘드니까




아~~ 그렇구나ㅎㅎ 미리 좀 알려주면 좋았을 걸!!

동반입대하면 힘든 보직 간다는 사실, 왜 알려주지 않은 겁니까?

(알아 보지 않았다.)



후회해서 무엇합니까, 이미 제 몸은 부대 안에 있었고

더플백과 함께 경기도 일산의 말단 포병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K9 자주포의 내부모습. 비좁긴 하지만 그나마 좋은 포병이다.


응, 즉시 1번 탄약수^^


포병이 당연한 거지만 포탄이 무겁습니다. 한 40kg 정도 되는데요.

저 우주선같이 복잡하고 좁은 공간 내에서 고중량 포탄을 힘으로 옮겨야 합니다.

예민한 다른 센서등에 안 부딪히고 잘해야겠죠?


근데 이제 막 군대 끌려온 사람이 잘하겠냐고!!


탄이랑 춤 춰?

실제 제가 1번 탄약수 시절에 포반장(하사관) 에게 들었던 말입니다ㅠㅜ



무겁고 무게중심도 빙빙 돌아서 못 들겠지 말입니다!!

아무튼 그런 21살이 시작되었습니다ㅠㅜ

당연하지만 당시 병 월급은 10만 원 안팎이었기 때문에 자산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모님께 배고프다며 용돈 달라면서 PX비 빼먹었으면 빼먹었겠지요.



21살 자산 -1,260만 원 + 예금 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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