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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3살 - 노량진, 재수

인생을 건 베팅

by 송대근
안되면 니 끝나는기라


23살의 저는 딱 이 상황이었습니다.


4월달에 전문하사 전역을 해서, 현금 600만원어치 준비해 둔 상황에서 내가 뭘 할수있을까?


당시 제 뇌에서는 두가지 선택이 있었어요.


1. 핫도그(?) 장사를 한다.
2. 해양대에 진학 한다.


장사를 해본적도 없지만, 근자감(?)에 번화가에 핫도그 푸드트럭을 하면 잘 될거라고 생각하던 제가 있었습니다.


뜬금없지만, 그때 갑자기 해양대 가면 돈 많이 번다고 알려주신 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이 말이 떠올랐거든요. 학력기반이 없던 저는 다시 공부를 한다고 해양대학에 입학 할 수 있을거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른들 말 듣는게 낫지 않겠나'


판단기준은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사고와 논리가 부족한 나이었으니 어른들 생각을 존중하고, 결국 핫도그가 아닌 재수의 길을 가게 됩니다.


저는 전문하사 기간 모은 600만원을 6개월간 월100만원 짜리 종합재수반에 투자하게 됩니다.


그제서야 사교육이야 말로 도박같은 투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됩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다 물거품 되는 이런 투자가 어디있나?


600만 원을 올인한 투자는 저를 노량진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 밀어 넣었습니다. 저는 6개월 동안 하루 24시간을 오직 '해양대 합격'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 투입했습니다. 23살의 저는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까지 쪼개며 남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합격하지 못하면 600만 원을 태운 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실함이 저를 지탱했습니다.


절실히 공부한 덕일까, 저는 해양대학에 예비1번으로 합격합니다. 어찌보면 제가 할수 있는 학력으로써 최고치를 달성 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어찌됐던간에 해양대 입학원서는 노량진 600만원으로 얻어낸 결과입니다.


[23세 자산 -560-600 = -11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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