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안 된다면.

DAY+5

by 송대근

남대서양 음영구역을 항해하자 인터넷 신호가 약해졌다.

브런치 앱 접속도 원활하지 않다. 초조해진다. 매일매일 금주일기를 게시하기로 한 연재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란 걱정이 앞선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 어딘가 인터넷이 안된다면. 혹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혼자만이 남아있게 된다면.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면.


그때도 술을 끊을 수 있을까?


나의 금주 목표를 돌이켜 보았다.

아내와 즐겁게 살기 위해

나의 건강을 위해

노년에 고생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목표들이 있긴 하지만, 무언가 와닿지 않았다. 공허함.

만약 나에게 아내가 없다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내일 걱정도 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술을 끊을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술을 끊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술을 마신 지 며칠 지나 정신이 맑아지니 배부른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른다. 술을 진탕 마신 다음날 아침, 불과 5일 전, 그날 아침만 해도 속이 메스껍고 불쾌한 피로감이 몸을 지배했으며 글을 정리할 수 있는 많은 시간들을 허비했다.


그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금주하는 것이다. 맞다. 금주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처럼 살기 위해서 이다.


지금처럼 이라?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목표처럼 들린다. 금주를 방해하는 정신적 흔들림 중 하나는 금주할 필요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 때이다.


그렇다. 5일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 술을 마신 것이다. 나는 절제하며 마실 수 있다는 건방진 생각. 그 생각은 여지없이 틀렸고 폭음으로 이어졌으며 일주일이 지나서야 나를 멈출 수 있었다. 내 안의 음주충동은 고삐가 풀리면 스스로의 의지로는 억제할 수 없다. 고삐를 풀게 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으니 문제다.


맞다. 나는 고삐를 항상 쥐고 있어야 한다. 내가 고삐를 놓치는 순간이 바로 음주충동이 활개를 치는 순간이다. 어쩌면 금주목표와 금주의 타당성을 찾게 만들고, 그 결과 딱히 금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공허하게 만들며 다시금 음주로 유도하는 것은, 어떻게든 핑계 삼아 음주를 합리화하는 과정의 초석일지도 모른다.


금주의 이유를 찾는 시도 따위를 해서는 안된다.

내가 금주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통제권을 스스로 가지기 위함이다. 내 몸의 주인은 나다.


오늘은 내 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음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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