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8
20살의 일이다.
수험생활도 범벅된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옛 친구들 찾기에 푹 빠져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고 다시 보고 싶던 친구들.
SNS의 도움으로 중학교 때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같이 중학교 2년가량 함께했던 친구였던지라, 몹시 반가웠다.
함께 저녁을 먹고 2차로 술자리를 가려고 했으나, 못 보던 사이 친구는 크론병이라는 병을 얻어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했다.
아이고, 그렇구나. 내가 다 마음이 아프구나, 얼마나 힘드니, 도와줄 순 없지만 힘내렴.
이런 상투적인 위로의 인사라도 건넸어야 했지만
나는 오로지 술을 못 마시는데 꽂혀, 그 친구에게 술집에 가자고 수차례 졸라댔으며, 친구가 난감해하며 거절하자 결국 놀 줄 모른다며 친구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 나 같은 사람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날을 이후로 어렵사리 만났던 그 친구와는 다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때는 이유조차 추정하지 못한 채, 그저 연락이 안 되어 아쉽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또 세월을 흘려보냈다.
수년이 지나서야, 그때 내가 저질렀던 무례와 만행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너무나 흘렀고 저질러진 일을 바꿀 수는 없었다.
술은 단순히 인간관계만 파괴하지 않는다.
술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게 만들고 존엄성을 간과하며 자신의 요구만을 강요토록 한다. 끊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가족들이라면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천륜이라는 구속하에 나머지 모든 가족들은 고통받으며, 같은 가족끼리 증오심이 싹트게 한다. 증오의 골이 깊어지게 되면 복수심이 꽃피우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끝나기도 한다.
이제 그 친구는 나를 만나주지도 않으니 그날의 일을 제대로 사과할 수 없다. 나는 기회마저도 잃었다. 되돌아올 리 없는, 그리고 전달될 리도 없는 사과만을 그 친구에게 남긴 채 나는 후회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술이 파괴해 버린 관계의 폐허 속에 남은 작은 유산이다.
나는 그에게 평생 사과해야만 한다.
내 후회가 닿을 리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