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회식, 다음날.

DAY+7

by 송대근

어젯밤에 술 없는 회식을 했다.

물론 나만 마시지 않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양껏 마셨다. 눈앞에 술이 돌아다니니 나도 마시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어제의 일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협상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회식에 참석했기 때문인지, 단칼에 거절할 수 있었다.

다들 생각보다 독하게 마음먹은 것 같다고 한다.

며칠 못 갈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술 없이 회식해도 충분히 즐길 만큼 즐길 수 있다.

즐거움은 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즐겁다고 생각하면 약물의 도움 없이도 뇌는 도파민을 분비해 낼 수 있다. 오히려 잦은 도파민 노출은 뇌의 감정선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만족감의 역치를 높이며 일상의 소중함을 지루함으로 바꾸어 버리며 극단적인 자극만을 추구하게 하여 몸을 황폐화시킨다. 봄날의 꽃잎을 보아도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회식자리에서 두 시간가량 떠들고 나자 나는 몹시 피로해졌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은 그다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술이 주는 에너지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를 당겨 쓰는 것뿐이다. 분명 다음날 아침 지금 당겨 쓴 에너지분 만큼 피로감을 느낄 것이며 제대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건 나의 경험이 보증한다.


나는 먼저 회식 자리를 떴다. 직책이 낮을 때는 윗사람 눈치를 봐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 그만 먹고 싶으면 그만 먹을 수 있고 언제든지 회식도 종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분위기를 탓하며 계속 술을 마셨다. 술 마시기 좋은 명분이자 핑계였던 것이다. 현실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내가 회식에 더 남아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지 않고 동료들끼리 잘 논다. 그저 처음에만 좀 앉아있으면 된다.


다음날 아침,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아침 일찍 눈을 떴고, 어젯밤 쓰지 못한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것만 해도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식사를 마친 뒤 동료들과 게임을 즐기고 미국에 입항하면 살 반바지를 쇼핑한 뒤 저녁시간이 되었다.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오늘은 누구도 술 마시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제 회식을 했으니 당연하겠지. 그리고 오늘부로 연휴가 끝난다. 내일부터 출근해야 하는 부담도 있겠지.


금주 7일 차, 정말 신기하게도 오늘은 음주충동이 전혀, 전혀 들지 않았다. 보통 작은 수준의 갈등이나 충동이 드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일말의 눈곱만 한 충동도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 있었던 일을 최대한 세세히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음주충동을 아얘 사라지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술을 진탕 마신 다음날 이 아니고서야 항상 음주충동은 나를 따라다녔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여건도 없었는데 음주충동이 정말 하나도 생기지 않은 것이다. 오늘은 신기한 날이며, 나에게 가치 있는 날이다. 어제 엄중하게 엄포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음주충동은 워낙 비열하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에 또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안심하긴 이르다. 새로운 패턴으로 나의 빈틈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은 음주충동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매우 가치 있는 하루였으며,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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