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파괴한 것 3

DAY+10

by 송대근

23살의 일이다.


당시 노량진에서 재수를 하고 있었는데, 노량진역에서 다섯 정거장 떨어진 독산역에 있는 아버지 회사 내 숙직실에서 잠만 자며 수험생활 중이었다. 나는 수험 생활에 집중하고자 나는 밥 먹을 시간도 아낀다는 아이디어로 칼로리발란스, 단백질보충제, 연양갱 3가지 간편식만 먹어가며 수험생활을 했다. 즉, 영양불균형 상태였다.


약 4,5개월가량 수험생활을 마치고 원하는 성적이 얼추 완성되자 나는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학원이 끝나고 숙직실로 돌아오면 저녁 11시가량 되었는데,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와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나는 술에 취하면 절제할 줄 모르는 폭음형 음주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만취가 되어 쓰러지듯이 잠에 들었다. 또한 영양불균형 상태에 저녁마다 술을 마시니 취하기도 빨리 취했다.


그동안 두 번의 문제가 있었다.


한 번은 친구가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함께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는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보니 휴대전화가 없어져 있었다. 상당히 곤란했지만 수험생활 도중인지라 휴대전화를 정지해 둔 상황이었다. 일단 학원에 출근을 한 뒤 내 SNS 메신저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어제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학원 퇴근 후, 휴대전화를 돌려받기 위해 다시 그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말하길, 어젯밤 사이 휴대전화로 부모님께 연락이 왔었는데, 어찌 답을 보낼지 몰라서 둘러댔다고 한다. 나도 친구가 둘러댄 대답을 기초로 해서 다시 전화드렸다. 갑자기 연락이 안 되어 걱정하셨겠지. 술을 마시고 그렇게 됐다고는 차마 말 못 하고, 적당히 둘러대었다.


또 한 번은 이랬다.

언제나처럼 술을 진탕 마시고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베갯잇이 피로 흥건한 게 아닌가? 놀라 거울을 보니 눈썹이 찢어져 있었다. 이미 피는 멈추었지만 상처는 벌어져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젯밤에 술에 취해 화장실을 가다가 문에 찧은 것이 생각났다. 병원을 가야 할까, 하다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 그냥 혼자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술을 진탕 마셨으니 술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이 흉한 꼴로 학원에 간다면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나는 학원에 전화를 걸어 결석해야겠다고 말했다. 평소 모범적인 학생이라 담임이 꽤 좋아했었는데, 갑자기 결석을 한다니 진심으로 걱정을 해 주었다. 나는 출근 도중 사고가 났다고 둘러대고, 그렇게 학원을 하루 빠졌다.


두 번은 사건엔 공통점이 있다.

술을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셨으며, 문제가 생기자 타인의 진심 어린 걱정을 이용해서, 나는 본인의 결점을 숨기기 바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술 마시는 게 잘못됐다고 인지하지만, 술을 안마실 생각은 하지 않고 숨어서 마시는 전형적인 주부형 알코올 중독이다.

그러나 나는 당시 이것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치부하여 넘겼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거짓말로 무마하지는 않는다.

술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술을 마시지 말라는 제지가 들어올 테니, 그것이 두려워 술문제 자체를 숨기려 드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술은 양심을 곪게 만들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주변인을 기망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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