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파괴한 것 4

DAY+11

by 송대근

결혼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데이트할 때마다 여자친구와 항상 술을 마셨는데, 당연히 그 양이 상당했다.

그렇기에 깊은 대화를 하더라도 다음날 기억하지 못했고 여자친구는 점점 실망을 느껴 결국 술을 마시고는 의미 있는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결혼을 이야기를 꺼냈을 때조차 여자친구는

너랑 연애는 하겠는데, 이렇게 술을 마신다면 결혼은 할 수 없어.

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제야 나는 술 때문에 평생의 동반자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년간 술을 잠시 끊었지만, 그것도 오래갈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음주충동은 억눌러지고 숨겨질 뿐,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녀와 부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한 펍에서 과음한 나머지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하고 말았다. 그녀는 나를 부축해서 숙소로 데려가려 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녀를 귀찮다는 듯 저리 가라며


밀쳐버렸다.


나와 그녀의 체격차이는 상당한 편이다. 심지어 취해서 힘조절도 되지 않은 채 밀쳐진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히 헤어릴 수 없지만 조심스럽게 더듬어보자면 공포심이 아니었을까. 공포를 느끼는 상대와 평생을 동반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

부축하여 숙소로 돌아가는 와중에, 나는 어떻게 정신을 차리게 되었는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 선택은 편의점에 가서 술을 더 사는 것이었다.

스스로도 경악을 금치 못할, 역겨운 행동이라 생각된다.

이제라도 그릇됨을 깨달아 술을 끊었지만, 또 언제 다시 음주충동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나를 믿고 결혼은 했지만, 일련의 사건 이후로 술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아마, 과거의 폭력적인 나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운 것이리라.


술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인 가정을, 의심과 불안의 소굴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한 번 각인된 공포는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가정 안의 믿음산산조각 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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