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무슨 지배자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윗나라 북한만 해도 세뇌에 의한 독재를, 옆나라 중국은 공산주의에 의한 지배를, 한때 일본은 무력에 의한 정복을 했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군부정권의 독재, 남미세계에서는 범죄, 마약 카르텔의 군림,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율법에 의한 철권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에는 분명 지배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서구권에서 통치를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다.
태초부터 세상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뉘었다. 고대시대 때는 힘이 센 사람들이 힘이 약한 사람을 지배했다. 청동기, 철기가 발전하고 나서는 강한 무기를 지닌 사람들이 약한 무기를 지닌 사람들을 지배했다. 무기제작의 비밀이 퍼져 나가 힘이 비슷비슷해지자 지배자들은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부턴 종교가 이용되었다.
중세시대에는 신앙의 이름으로 선과 악을 규정했다. 지배자는 자신에게 종교 지도자로서의 칭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상태와 권력도전자들을 악으로 규정했다. 악을 물리친다는 정당성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전쟁을 일으켜 권력을 유지했다.
수많은 종교전쟁, 이단학살, 마녀사냥이 왜 일어났을까? 이는 이슬람 문화권이 지금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과학이 발달하자 더 이상 종교는 설득력을 잃었다. 증명주의 과학 앞에서는 신의 존재는 부정되었다. 사람들은 똑똑해졌고 더 이상 종교의 말도 듣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교에서 일탈과 악이라 규정했던, 쾌락주의의 행동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 순간에 종교문화가 뒤바뀌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쾌락주의의 행동을 원하면서도, 상충하는 종교적 죄책감도 같이 느끼게 되었다.
이때 면죄부가 등장하게 된다.
면죄부는 종교적 힘, 지배자의 영향력을 화폐로 구매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사건이다. 이전까지 종교적 사면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자에게 특별히 인정받아야만 가능했지만, 종교의 타락(이란 표현은 너무 종교적 표현이다.) 으로 인해 이제는 화폐만 있으면 지배자의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사건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영국의 청교도 혁명 등 종교계에서도 많은 분파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는 종교학에서 관심 가질 내용이고, 우리는 자본관점에서 바라볼 것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화폐라는 것은 이전까지만 해도 물물교환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개발된 수단이었다. 계란과 옥수수를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바꾸기 곤란하니, 화폐를 만들고 서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화폐가 처음 등장했을 때, 상인들은 화폐를 통한 거래를 꺼렸다는 것을 아는가? 금속덩어리에 불과한, 당장 계란 프라이를 만들 수도 없고, 맛있는 옥수수 죽을 만들 수도 없는 돌덩어리는 기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배자는 자본주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화폐를 선호하게 만들어야만 했고 그 결과 은화, 금화 등 절대가치를 지닌 귀금속이 화폐로 사용된다.
그제야 사람들은 화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화폐의 사용이 너무 익숙해져서 아무 실질가치가 없는 종이로 변하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화폐를 선호한다.
잠시 이야기가 새어 나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지배자는 면죄부 사건을 통해 종교의 힘이 화폐의 힘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면죄부(지배자의 힘)가 화폐(돈)로 변형이 된다면, 지배자의 힘이 곧 돈이란 소리가 된다!
이제 지배자들은 돈을 주고 사람들을 통치하기 시작한다. 돈을 주고 농사도 짓게 하고, 돈을 주고 군대도 운영하며, 돈을 주고 정적들을 살인청부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전의 종교통치 시절에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억압하는 네거티브 방식이었지만, 돈에 의한 통치에서는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포지티브 방식이었다. 욕심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더 지독한 일을 자처해서 했다. 종교처럼 복잡한 교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매번 교육할 필요도 없었으며, 종교를 역이용하는 이단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돈은 지배자만 만들 수 있다! 대신 이때부터 위조지폐에 대한 경계가 삼엄해졌다. 지금 우리나라도 위조지폐를 발행하면 청와대테러와 동등한 수준의 범죄로 취급된다. 왜냐면 지배자의 시스템에 도전하는 일이니까!
이제 자본주의가 통치시스템이라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는가?
자본주의가 탐욕스럽다니, 자유재산을 인정하니, 그런 도덕적, 경제적 정의는 잊어버리길 바란다. 자본주의는 지배자에 의한 통치시스템이며, 그 시스템 안에 있는 한, 우리는 피지배층이다.
아래의 표를 보자.
위는 자본주의의 계급층이다. 유교의 사농공상,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4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내용을 현대에 맞게 조금 다듬은 것이다.
칼 마르크스는 사회주의의 아버지로 유명한데, 원래는 통찰력이 뛰어난 경제학자였다. 그는 경제학자로써 자본주의를 연구하다가 이런 철저한 계급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고 사회주의라는 평등한 시스템을 추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소련멸망의 역사가 증명하듯 그의 사회주의 시스템은 실패했지만, 그의 통찰은 아직도 날카롭게 남아있다. 계급층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지배자 (정치인, 종교적 지도자)
기존의 종교적 지도자였던 지배자가 현대에 이러서 정치인으로 변경되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종교적 지도자가 지배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이 정치인은 사람들의 투표로 인해 결정된다. 적어도 세습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인 점이다. 당신도 국민들의 투표를 받으면 어느 날 갑자기 계급의 최상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정치인이 국민들의 머슴이라는 말은 허울 좋은 말일뿐이다. 정치인들은 법을 만들고, 각종 세금을 걷으며, 국토를 개발하며, 교육기관을 평가하여 없앨 수도 있다. 당장 대학의 국가장학금 혜택을 보자. 가난한 국민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굳이 고등교육을 안 받아도 될 사람까지 돈을 줘서 교육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돈은 당신도 모르게 당신의 인생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있으며, 그것이 지배자의 힘이다! 그뿐인가? 세금으로 노인들을 재교육시키고 실버카페를 만들어 은퇴하고 쉴 노인들까지 일을 시키기도 한다. 망망대해에 떠다니며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시킬 수도 있다!
이런 지배자의 강력한 힘 때문에 칼 마르크스도 자본주의에 등을 돌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군대 (정치적 중립 강요)
군대는 지배자의 수하이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정적이기도 하다.
그들을 물리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며 총칼을 들고일어난 혁명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군대가 혁명을 일으켜 박정희, 전두환의 군부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도 상당했다. 이런 점에서 지배자는 법안을 만들어 군대는 정치를 할 수 없도록 못 박아 그들의 능력을 거세하고 계급혁명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권력의 2인자이지만 영원한 2인자이다.
사업가, 자본가 (자본의 자유민)
돈을 많이 가지게 되어 더 이상 지배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게 된 사람들을 가리킨다.
자본주의에서 지배자는 사람들을 돈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 돈이 아주 많아지면 이러한 좌지우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건이다.
지배자는 자유민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힘이 약해지므로 자유민이 많아지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자유민의 숫자를 꾸준히 제한하는데, 이는 이후 더 자세히 설명한다.
노동자 (자본의 최하층)
마지막 계층이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일은 이 계급에서 담당한다. 옛 조선사회에서 노비가 사실상 모든 일을 다했 듯,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지배자, 혹은 자본가로부터 약간의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며,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한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최하층이라는 인식도 하지 못한다. 최하층 내에서 서로의 높낮이를 비교해 가며 근근이 위안을 얻을 뿐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자본주의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다음 장에서는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기본적인 규칙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