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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드시 알아야 할 규칙들.

by 송대근

규칙은 따라야 하는 것이다. 바꿀 수 없다.


내가 하는 게임이 축구인지, 농구인지에 따라 손으로 공을 잡아야 하는지, 발로 공을 차야 하는지 결정되며,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경기도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그 규칙을 알려주지 않고 게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게임 참가자들도 별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공이 눈에 보이니 손으로 잡았다가, 심판이 반칙이라고 외치면 페널티를 당하고, 그러면서 게임에서 점점 뒤처지게 된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몇 번의 페널티 이후 아름아름 규칙에 따라 행동하면서 어떻게든 게임을 따라가지만, 문제는 게임의 규칙은 계속해서 변형된다!


결국 기본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그럼 이제 자본주의의 세 가지 기본 규칙을 설명하겠다.

금리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자라고도 부른다.


설명을 위해 예를 들어보자.

섬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는 은행원, 목수, 어부 딱 세 명만 살고 있으며 외부의 출입은 없다.

원래 이 마을은 바나나를 먹으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바나나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직업을 나눠서 일을 하게 되었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어부는 목수에게 바나나 나무로 배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하지만 목수가 그냥 해 줄 리가 없다. 50원을 요구한다.

그래서 어부는 은행원에게 돈 50원을 빌린다.

은행원도 그냥 빌려줄 리가 없다. 이자 10%를 붙였다.

어부는 55원의 빚이 생겼다. 그래도 이제 어부는 50원을 목수에게 건네주고 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어부는 배를 타고 나가서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왔다.

물고기 한 마리에 10원이라고 치자.

이때, 어부는 55원을 갚고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요”이다.


왜냐하면 목수에게는 50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수는 물고기를 5마리 이상 사 줄 수가 없다.

이때, 은행원이 어부에게 55원을 갚으라고 하면 어부는 파산한다. 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갚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은행원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마침 목수는 대식가라서, 더 많은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목수에게 50원을 빌려준다. 역시 이자 10%를 붙인다.

이제 목수는 어부에게 물고기를 더 사 줄 수 있게 되었다.

목수가 물고기 두 마리를 더 사준다.

이제 어부는 빚 55원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어부는 빚이 없지만, 아직도 목수는 빚 55원이 남아있다.

이제 목수는 빚을 갚기 위해서, 바나나 나무로 멋진 낚싯대를 만들어 어부에게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


낚싯대 하나에 15원이라고 치자.

하지만 목수는 55원의 빚을 절대 갚을 수 없다.

어부에게는 15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 은행원이 목수에게 55원을 갚으라고 하면 목수는 파산한다. 절대 갚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은행원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번 빚을 갚느라 고생을 한 어부는 은행원에게 돈을 더 이상 빌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목수는 어부의 배를 30원에 수리해 주겠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어차피 고기는 계속 잡아야 하니, 어부는 고민 끝에 은행에 또 돈을 50원 빌린다.

은행원은 이자 10%를 붙인다.

어부는 목수에게 배를 맡기고 30원에 수리했다.

목수는 이제 은행원에게 55원의 빚을 갚는다.

이제 어부는 55원을 갚기 위해 35원어치 일을 더 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정리해 보자.

이 섬에는 100원이 있었고 돈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 누구도 부자가 되지 못했지만, 고기도 많이 잡았고, 튼튼한 배도 만들어졌고, 멋진 낚싯대도 생겼다.


만약 금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부가 50원으로 만든 배를 타고, 고기 5마리를 잡아 목수에게 5마리를 팔고, 50원을 은행원에게 갚고 끝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갚을 이자가 없기 때문이다.

금리(이자)는 인간을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강제하는 힘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돕는다.

만약 섬마을의 이자가 10% 가 아닌 50% 였다면 어땠을까? 어부는 55원이 아닌 75원을 갚아야 하니, 더 많은 숫자의 물고기를 잡아야만 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금리의 수준으로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할지 난이도를 조정한다.

사람들이 게을러 보이면 금리를 높여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채찍질하고, 의욕을 잃고 힘들어 보이면 금리는 낮추어 쉽게 서비스가 공급되도록 돕는다.


우리가 은행에 가서 마주하는 금리(이자)는 지금 세상의 난이도를 표시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통화량

자본주의에 공급되고 있는 돈의 양이다.


다시 섬마을로 돌아간다.

지금은 어부가 55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 목수가 배가 고파 은행원에게 50원을 10% 이자로 빌린다.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 사이, 은행원은 자신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며칠간 굶었으니 물고기를 세 마리는 먹어야겠다.


그래서 은행원은 100원을 추가로 찍어낸다.

어부가 돌아왔다. 고기가 별로 잡히지 않아서 3마리뿐이다.

어부가 물고기를 10원에 팔겠다고 하자 은행원과 목수가 서로 사려고 난리다.


어부는 욕심이 생긴다. 물고기를 30원까지 가격을 올린다.

너무 비싼 가격에 은행원이 한 마리, 목수가 두 마리를 샀다.

이제 어부는 55원을 은행원에게 갚는다.

물고기가 비싸게 팔려 어부는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낚싯대가 부러져서 새로 구매해야 한다.

목수를 찾아가자, 목수는 어부가 비싼 값에 고기를 팔았던 것이 기억난다.

자신도 낚싯대 가격을 45원으로 올린다.

낚싯대가 없으면 물고기 잡는 속도가 확연히 느리니, 어쩔 수 없이 구매한다.

목수는 55원이 생겼다. 이제 은행에 55원을 갚는다.

낚싯대를 수리한 어부는 다시 낚시를 하러 나간다.

비싼 낚싯대 값에 화가 난 어부의 머릿속에는 물고기를 더 비싸게 팔 생각뿐이다.

위와 같이, 통화량이 증가하면 가격에 경쟁이 생기고, 결국 가격은 상승한다.

통화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으며 숫자의 단위가 증가할 뿐 부자가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실에서는 자본주의의 지배자조차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지배자가 스스로 사용할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 결국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의 가격은 계속 상승하게 된다.


찍어내는 돈의 양이 너무 많을 경우 물고기의 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하게 되며, 이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말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건설을 위한 당백전(100배 화폐) 발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바 있다.


결국 지배자가 찍어내는 화폐량이 증가할수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폐는 힘을 잃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10원으로는 물고기를 살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1장에서 설명한 자본가들이 가진 돈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무가치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노동자 계급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그러므로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물고기가 30원이 되기 전, 10원일 때 물고기를 사는 것이다.

레버리지

돈을 빌려서 돈을 벌려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섬마을로 돌아간다.

어부가 돌아왔다. 물고기를 5마리를 잡아왔다. 어부는 30원에 팔 생각이다.

영악한 목수는 물고기를 사재기할 생각을 한다. 은행원에게 10% 이자로 100원을 빌린다.

은행원은 한 마리, 목수는 세 마리를 구매하고, 남은 한 마리는 어부가 먹었다.

그런데 태풍이 불어, 어부는 며칠간 낚시를 나가지 못했다.

섬에 먹을 물고기가 사라지자 목수는 가지고 있던 물고기 두 마리를 마리당 60원에 판다.

어부와 은행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한 마리 씩 구매한다.

목수는 빚 110원을 갚고도 20원이 남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은행원은 목수가 괘씸해졌다. 마침 어부는 은행에 빚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은행원은 이자를 50%로 올린다.

이제 목수의 빚은 110원이 아닌 150원이 되었다.

목수는 150원을 갚을 수 있을까?

목수는 어부에게 20원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고 말았다.

위와 같이,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을 레버리지라고 한다. 자신이 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될 경우 현명한 선택이 된다.


하지만 주의하자! 금리의 방향을 예상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며 금리가 급변할 경우 많은 손실을 남길 수 있다.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는 이유도 이에 해당한다.

2장에서는 금리, 통화량, 레버리지에 대해 예시를 통해 알아보았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레버리지로 인해 투기세력에 의한 가격상승이 부추겨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집값도 이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세 가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니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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