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5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규칙을 잘 모르는데, 다른 작가님들의 이야기들을 보다가 브런치 북은 30화로 글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0화, 매일 금주일기를 쓰는 나에게는 너무 작은 공간일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껏해야 한 달의 일기로 마감된다는 이야기니까.
1년 금주를 한다고 해도 12권의 브런치북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너저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두려운 감각이 하나 있다.
금주일기2 를 발간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언가가 끝나버렸다는 그 감각. 내 몸은 그러한 해방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자유함은 돌발행동을 일으키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해방감?
무언가 많이 잘못된 표현이다. 나는 지금 브런치북에 구속되어 있을까? 단연코 아니다. 쓰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에 때려치울 수 있다. 자의로 글을 쓰면서 연재가 끝난다고 해방감을 느낀다? 이것은 감각이 비틀렸거나 단어의 사용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단권연재가 끝났을 때 내가 느껴야 할 감각은 해방감이 아닌 성취감 일 것이다. 내가 한 달 동안 금주를 해냈구나. 그리고 한 권의 이야기를 써냈구나. 너무 긴 이야기보다는 작은 성취의 반복으로 많은 작가들에게 집필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브런치의 설계였을지도 모른다.
성취감, 긍정적인 감정이지만 여기에도 위험한 꼬리표가 붙는다. 바로 축하다.
한 달이나 금주했으니 하루는 마셔도 되지 않을까? 연재가 끝나는 날이 금주에 실패한 날이라고 소개한 브런치 북이니, 독자와 약속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 라는 말장난에 가까운 논리를 펴내며 음주충동이 강하게 뛰쳐나올 것이다. 마구간을 탈출한 망아지처럼.
나는 지금 보름 뒤에 나에게 닥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예상가능한 범위 내의 일이라면 사전에 대비해 둔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터이니.
아직은 대응방법을 생각해 낼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술을 마시려고 할 것이다. 알코올중독이 아닌 사람들이 본다면 답답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냥 자기 혼자 안 마시면 되는 건데 왜 고민을 하지? 뭘 고민을 하지?
그러나 나에게는 금주할 명분과 논리가 항상 있어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려고 하는 음주충동이 심리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에, 본성을 억누르고 제한할 철두철미한 논리와 명분이 따라붙지 않는 한, 의지만으로 시작한 금주는 항상 하루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술을 마실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직 브런치 북이라는 명분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30화를 쓰기 전까지, 어떤 다른 방법을 모색해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전처럼 또다시 음주충동이 나를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반드시.
경우를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기본설정이었다. 나는 브런치 북의 연재화 제한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브런치를 시작하였고, 100화 이상은 쓸 각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작품란이 너저분해지는 것은 단순한 나의 음주충동이 만들어낸 핑계 아닐까? 금주일기2 가 되던 금주일기10 이 되든 간에 중요한 것은 나의 작품란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금주가 얼마나 유지되느냐이다.
브런치 북은 나의 금주를 실행하고 거기에 파생된 결과물일 뿐,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내가 금주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다.
그랬다. 기본으로 돌아와 핵심을 돌이켜보자 내가 쓸데없는 것으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음주충동이 생각해 낸 억지논리의 연장이었으리라.
생각이 정돈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작품란 따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오지랖 부리지 않기로 한다.
그저 술을 마시지 않을 뿐,
그 이야기를 써내려 갈 뿐.
그 외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