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
또 마셔버렸다.
사실 이 글을 쓰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렇게 쉽게 실패해 버리는 금주일기를 계속 써 내려갈 이유가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한탄. 술을 마신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음주의 식탁까지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잘 참아내고 있나 싶었지만 보름을 살짝 넘어버리고 다시 마셨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 이제 왜 나의 결심이 고꾸라졌는지 분석해봐야 한다.
실속(stall)
금주에 대한 추진력을 잃었다. 보름쯤 지나자 왜 금주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희석되었다. 또 보름이나 참았는데 한번 정도는 먹어도 된다는, 치팅데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채워버렸다. 야식을 먹으면서 맥주 한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충동이 고개 들었고 이것을 이겨낼 수 없었다.
사실 음주한 이유를 찾는 것보다 금주하는 이유를 찾는 게 더 쉽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자연스럽게 술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저 나의 기본값으로 되돌아가버린 것뿐이다. 그렇기에 이 글을 쓰는 것도 상당히 힘들다.
원래의 나의 약한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 그것뿐이다. 겉으로 힘센 척 위세를 떨어 본 것뿐. 내면의 나약하고 추한 내 본래의 모습을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나의 내면 밑바닥부터 깨끗하게 다시 만들면 좋겠지만, 술을 좋아하는 이 본성을 어떻게 하면 지워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나 자신의 의지와 본성이 서로 충돌하며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난다. 어려운 수준을 넘어 불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과연 나는 금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걸까.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술을 마신 뒤라 사고력이 많이 떨어진 게 느껴진다.
우선은 푹 쉬어야겠다. 몸속의 독소가 해소되고 난 뒤, 그때 맑은 정신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비록 금주카운터는 꺾여버렸지만,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 실패했다고 제자리에서 멈출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