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7
주말이기에 한잔 하기 좋은 핑계가 왔다. 또 으레 그렇듯이 동료의 생일이기도 했다.
평소라면 음주충동이 엄청나게 아우성 칠 만한 조건이다. 갈등과 싸움 끝에 내가 이기는 날도, 음주충동이 이기는 날도 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본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어라 답할까. 내가 돈 받는 일? 내가 주로 하는 일? 사람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나는 '정말 원하는 일'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나처럼 창작활동을 할 수도, 재능기부나 봉사, 사업등 아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울림, 끓는 의지로 인해 몸이 움직이느냐가 본업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평일 내가 하는 일은, 본업이 아니다. 월급을 받기 위해 잠깐 남의 일을 해 주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본업을 하는 주말.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오는 소중한 주말을 술과 숙취로 낭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어제의 고뇌가 있고 난 뒤인지 술에 대해 상당 수준 해탈한 느낌이 든다. 마실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아닌, 나의 선택지에서 지워져 버린 느낌이다. 술을 마셔도 딱히 좋은 점을 모르겠고, 그리고 그 좋은 점도 일시적일 뿐이며, 후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을 체감으로도 잘 알고 있으며 글쓰기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이번 금주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전까지 성공했던 금주는 항상 음주충동이 올라와 갈등의 연속이었거나, 아니면 아얘 술을 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버리는 지속불가능한 금주의 형태였다. 의지는 언제든지 꺾이는 갈대와 같은 것이고, 금주환경은 현실적으로 영원히 지속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번 금주와 이전까지의 금주들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장점이 작동했다고 본다.
글쓰기
글쓰기는 사고를 곱씹는 과정이다. 써내려 가면서 자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정보들이 재정립되고 체계화된다. 논리가 세워지면 이성이 각성하며 음주충동과 같은 감성이 들어설 자리를 잃는다. 나의 다짐을 새겨넣음으로써 매일매일 각오를 다지는 효과가 있다.
연재
연재는 독자와의 약속이다. 어찌 됐든 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다수와 약속을 했으며, 이를 어길 시 사회적 책망을 피할 수 없다. 스스로 대중화되는 길을 선택하여 세상이라는 관찰카메라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의 도덕적 결여나 사회적 책임감이 상이하므로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나는 A.A모임과 같은 효가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Alcoholics Anonymous,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이라는 뜻의 금주단체인데, 주 활동으로는 자신의 금주경험이나 실패경험, 그 외 다양한 음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같은 중독자들과 나눔으로써 서로의 의지를 강화하는 활동을 한다. 금주를 실패했다고 해서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공감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줄 뿐이다.
이번 연재를 통해서 나는 그것과 비슷한 연대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A.A모임은 특성상 알코올중독자들이 모인 만큼, 서로 공감하고 의지의 화살표가 잘못되면 음주클럽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서로에게 최저한 관심만을 제공하고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연재에서 나타났다고 느꼈다.
꽤 안정된 느낌이 든다. 내 주변에 술이 많이 있어도, 누군가 음주를 권해도, 지루함이란 시간이 엄습해도 음주충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