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술을 마시는건 너무나 쉽다

by 송대근

금주에 실패하고서, 한동안 술을 마셨다.

자포자기의 심정일까, 매일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더라도 적은 양을 마셔야 하는데, 나는 항상 한 잔의 술이라도 마시게 되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먼저 찾아온다.


'어차피 오늘은 먹는 날이다. 생각 없이 마시자.'


라는 위험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먼저 지배한다.

이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즐겁거나, 슬프거나 해서 먹지도 않는다. 마셔도 그다지 기쁘지도 않다. 그냥 시간 때우기로 마신다. 마시면 시간이 잘 가니까.


저녁 6시부터 마셔도, 9시부터 마셔도 항상 잠드는 시간은 12시경, 고정되어 있다. 사실 술에 취해 잠드는 것이 아니라 잠들 때까지 마신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왜 그럴까?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저녁

11시면 잠들 수 있다. 취해 잠드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는데.


건강에 좋지 않으나 그것을 간과하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건강걱정은 한다. 당과 콜레스테롤도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속에 자포자기하는 듯한,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감정이 술을 마실 때마다 찾아온다.


음주충동이라고 했던가, 음주충동에 넘어간 뒤엔 자포자기가 찾아온다.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다.

나는 충동적인 성격도 아니고 포기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러나, 술에 한해서 나의 성격은 변한다.


그 이유를 알고만 싶다. 나의 마음속 어딘가가 문제이기에 이렇게 되는 건지,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내 깔끔하게 제거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나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해답일 것이다.

억제되어 있던 통제를 술로 해방감을 느끼는 걸까. 딱히 억압되어 살고 있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술을 마셔도 아주 기분 좋지도 않다. 몸도 좋지 않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때우려고 마신다.


그랬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학대하는 행위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데 억지로라도 사랑할 수 있을까.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달려가는 것은 좋아하는데,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일까 다치거나 아프더라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춥고 덥고 힘든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반성, 그런 표현이 아니겠지

아얘 나라는 사람의 생각의 한 축이 뒤바뀌어야만 한다. 그러나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 생각하더라도 특별히 답이 나올 것 같지고 않다.


가장 중요한 나에 대한 사랑.

자기애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그 감정을 우선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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