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소라게는 어디로 가는가

백일 간 나를 파괴하고 얻은 결론

by 송대근

한 동안 방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방황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관계의 허무, 알코올에 대한 무한한 갈증, 부에 대한 의미상실, 취미의 흥미 및 동기결여 등 삶의 방향과 주제에 대한 방황이었다.


세 달가량 방황했을 터.


결국 나는 틀을 깨부수면서도 또 다른 틀을 찾고 있던 것이다. 새 어항을 만나면 나를 그 어항에 맞추어 키우고, 어항이 작아지면 깨부수고 나와 새 어항을 찾고. 마치 소라게가 큰 집을 찾아 떠나는 모험 같으리라.

내가 얼마나 커진 소라게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커질 대로 커진 소라게는 더 이상 알맞은 집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보다 큰 소라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좀 작지만 입을만한 소라에 돌아가 살지, 아니면 소라를 내던지고 새로운 모양의 "게" 로써 살아갈지.


소라게가 소라를 벗어던진다는 것은 굉장히 불안한 일이다. 이사 갈 때나, 짝짓기 할 때 등 매우 제한적 환경에서만 빠르게 집에서 나온다.

그러니 소라집을 집어던진 내가 불안하며 방황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술은 나에게 불안함을 잊게 해주는 마약적인 역할을 했다. 새 집을 찾는 동안 불안한 소라게는 술을 마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집을 찾아다니는 삶의 형태를 반복하는 한, 나는 계속 불안감을 마주할 것이며 술을 찾을 것이다.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던 단어이긴 하지만, 어쩌다가 다시 살불살조라는 단어가 눈에 보였다. 물론, 내 머릿속에 있는 단어들의 격류 속에서 건져내어 진 것뿐.


부처와 스승조차도 나에게 얽매인다면 지워버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제 나에게 살불살조란, 집과 어항을 옮겨 다니던 삶의 방식 그 자체를 한 번 더 뛰어넘어 체제를 부숴야 하는 순간에 도달했다고 알려주는 울림과 같았다.


이제 기존의 답으로는 부족다.

스스로 답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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