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소실되는 감각.

다이어트와 병행.

by 송대근

약 5년 전, 코올에 완전히 지배당한 감각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하루가 머다 하고 술을 마셨다. 아침에 시작된 음주가 저녁까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곤 했는데, 숫자로 세어보자면 주 9회 정도 되다. 일주일이 7일이니, 7회는 확실히 넘는다.


당시 음주로 인해 내 체중은 78kg 까지 증가하였는데, 172cm 의 신장에 비해 분명한 과체중이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건강은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 간수치는 물론이고 신장, 치아, 혈당, 황반 등 몸의 다양한 장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손상의 여파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번 손상된 몸은 다시 좋아지기 어렵다. 우리는 죽음을 향한 레이스를 달리기에, 남들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순 있어도 뒤로 돌아갈 순 없다.


다행히 한동안 술을 끊고 체중은 70~72kg 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는 다소 과체중 구간이라고 한다. 이는 내가 튀긴 음식을 좋아하고 운동하지 않는데서 나온 결과다.


20대 초반, 나는 58kg 가 된 적이 있다. 일부러 뺀 것은 아니고 수능공부를 준비하면서 최적화된 식습관을 6개월 정도 유지하자 자연스레 체중감량이 된 것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기초대사량이 같지는 않겠으나, 나는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인 듯하다. 그런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셔서 과체중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복합적 문제의식이 들어 최근 식단조절을 시작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운동을 몹시 싫어하는데, 산책 이외의 육체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식단조절은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적응이 된다.


그동안 돈 들여 찌워둔 살을 들고 버티느라 내 몸뚱이들이 많이 고생을 했던 것 같다. 알코올중독과 마찬가지로 식탐 역시 탐닉의 영역이기에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들에게는 떨쳐내기 어려운 존재다.


결국 탐닉을 떨쳐내는 길은 그 누군가도 도와줄 수 없으며 스스로 마음속이 욕구를 버려야만 갈 수 있는 길이다.


욕망이 줄어들면서, 말 그대로 내가 세상에서 소실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나의 육체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 나의 몸을 구성하던 정신과 그 의식의 결과물인 나의 신체의 변화, 욕망이라는 정신의 일부의 흐릿해짐에 따라 나는 내 세상이 오롯이 나의 것이 아님을 더욱 선명히 깨닫는다.


어차피 내 것도 아닌 술, 음식 따위를 왜 그렇게 내 것인 냥 마셨다고 먹어댔을까? 결국 영원히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하루만 지나면 음식물은 장기로 배설되고 술의 쾌감은 숙취의 형태만 남을 뿐이다.


나의 낮은 자존감이 형태가 무엇이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탐닉으로, 또 중독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된다. 세상 모든 자극에 기반한 감정변화는 결국 변동일 뿐이며, 진정 나 자신이 영원히 가져갈 수 있는 나의 그릇은 평온과 고요. 혹은 그 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공(空). 다만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그 자리. 테두리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념뿐이다.


불안과 초조가 든다면 당연한 것이다. 오래 입은 청바지에 물이 빠지듯이 쪽빛의 푸름은 한순간이고, 한순간의 존재가 영속할 것이라 믿은 우리의 시선이 짧은 것이다. 그 바지는 태초에 청 (靑) 하지 않았다. 청바지만을 내가 보았을 뿐.


더 나아가 나의 몸도 원래 이러지 않았다.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고 이런 모습에 내가 너무 익숙해진 것뿐.



이제야 청바지에 물이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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