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서른다섯 수에 생긴 일

by 윤설

이혼 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달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생활 동안 내 앞으로 생긴 빚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몇 년간의 재판을 이어가면서도, 나는 학원 파트타임을 하고 과외를 만들어가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


채무의 이자는 컸지만, 과외 방에서의 수익이 그만큼 컸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학원을 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생은 늘어가고 과외방도 커졌지만, 신고정신이 투철한 이웃들 덕에 교육청은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다 — 학원을 차리는 것.


그러나 그게 사업의 시작이라면, 준비라는 걸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교육청을 피하려는 마음만 앞서, 예산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목수를 인테리어 업자로 착각하고 견적을 받았다. 700만 원이라기에 싸다고 생각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2009년의 700만 원은 지금과 달랐지만, 결국 몇 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마쳤다.

그때의 무지와 용기는 정말 대단했다.


학원을 차린 뒤에도, 추가비용은 끝없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나는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행복했다.

남들처럼 설명회도 열고 싶었고, 공부도 더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원을 차린 지 몇 개월 만에 고려대학교 최고위과정을 등록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원장들이 모여 있었지만, 나는 단지 “나도 잘하고 싶어서” 따라 하고 싶었던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


“내면세계의 도덕적, 정신적 자아가 무너지도록 내버려 둔 사람은 결국 권력의 희생자가 된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학원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결국 사람이 투자금 이고, 그 사람이 돈을 벌어주는 구조다. 원장이 손을 놓는 순간, 공든 탑은 무너진다. 나는 CEO 과정에서 만난 원장님들처럼 학원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아기가 눕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서 걷는 순서가 있듯, 경영도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 부딪히며 배워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그 과정을 건너뛰고, 누워 있다가 곧장 걷겠다는 시도를 한 셈이었다. 게다가 재무 개념조차 없었다.


처음엔 선생님을 세팅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도 노력한 만큼 성장은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 ‘내 경제력으로는 벅차지만, 학원 확장이 맞다’는 생각으로 관 하나를 더 넓혔다.

그러나 나중에야 깨달았다 —

더 넓은 곳으로 효율적으로 이전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학원은 성장했지만, 나는 곪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업자 명의를 바꾸면 어떨까요?”

세금이 뭔지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그저 말대로 따랐다.

문제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동생 이름으로 사업자를 바꾸며, 불편함이 시작되었다.

은행 문제로 힘들어졌고, 다시 내 명의로 돌렸지만 이미 일이 커져 있었다.


나는 수학 문제의 답이 틀리면 ‘식이 잘못된 걸까, 계산이 잘못된 걸까’ 고민하듯, 사업에서도 그런 고민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급한 나는 아무 답이나 찍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부동산 사장님의 동업 제안을 받았다. 그 제안이 돌파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그건 사기였다.


그럼에도 학원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나와 함께 한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지?” 라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 책임감이 오히려 나를 무너뜨렸다. 집을 헐값에 넘기고, 은행 흔적이 남지 않도록 수표 거래를 했다.보증금은 속이고, 인테리어는 부동산 사장님의 남편이 직접 하며 돈을 챙겼다.

결국 나는 더 낡은 곳에서, 더 나쁜 조건으로, 내 학생들을 데리고 수익을 나눠가지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한 달 만에 사기임을 깨달았지만,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30대 중반의 원장이 그런 계약서를 썼다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돈이라는 권력의 희생자가 되어 이리저리 휘둘리며 무너져 갔다.


결국, 나의 무지와 조급함이 가족까지 끌어들였다. 학원에 아버지와 동생까지 참여시켜, 가족의 경제를 마비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버렸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세상에 대해 너무 몰랐다. 성실함이면 다 될 거라 믿었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곧 준비라 착각했다. 하지만 준비 없는 용기는 무모함이 되고, 배움 없는 도전은 방향을 잃는다.


사업이든 인생이든, 결국 중요한 건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돈이 그리고 상황이 나를 뒤흔들어도

나를 지키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시행착오 속에서 배웠다.

무지는 죄가 아니지만, 무지한 채로 버티는 건 죄라는 걸. 지금의 나는 다시 배우고, 천천히 걸으며, 그때의 나를 용서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

넘어졌던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선 이야기를, 누군가의 두 번째 시작을 위해서 말이다.

이전 07화7. 벽만 세운 목수에게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