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다이어리 속 이야기
네가 떠난 이후로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아
쓰이지 않는 새하얀 여백이
채워지지 않는 나의 하루가
너무도 겁이 나 바라볼 수 없어
아무 이유 없이 잠 못 이루는 오늘 같은 밤
침대 머리맡에 너를 앉히고
해묵은 옛날 얘기를 꺼내
일기장 속 그날의 날씨만큼이나
시시콜콜한 그날의 우리 이야기
선유도의 봄에서
두물머리의 여름으로
하늘공원의 가을부터
남산의 겨울까지
사이사이 끼워놓은 책갈피마다
깊숙이 박힌 초승달 손톱자국들
첫눈처럼 내려와
소나기처럼 그쳐버린
일기장 속 그날들
이미 오래전에 마침표가 찍혀
활자 그대로 멈춰버린 너의 모습 나의 하루가
너무도 겁이 나 바라볼 수 없어
내일도 아무 이유 없이 잠 못 이루는 그런 밤
침대 머리맡에 너를 앉히고 너에게 조심스레 기대어
해묵은 옛날 얘기를 꺼내겠지
날씨 얘기만큼이나 시시콜콜한
일기장 속 그 날의 우리 이야기
지리멸렬하고 궁상맞은 새벽의 신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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