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헤어지자는 말 없이 헤어졌다
마주보고 앉은 너는 말이 없었다
어두운 침묵을 깨고 네가 입을 열었을 때
네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고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너는 할 말이 많았고 나는 해 줄 말이 없었다.
우리 목소리는 평소보다 떨리었다
이내 너는 내 앞에서 참아오던 눈물을 서럽게 흘리었고
네 짙은 눈물이 무겁게 떨어질 때마다
내 속은 커피가루처럼 까맣게 타들어갔다
끝을 알 수 없이 깊은 검은 바다 아래로
나는 힘없이 가라앉아만 갔다
얼어붙은 자리를 깨고 일어난 것 역시 너였다
나는 그런 너의 뒷모습조차 바라보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커피 잔만 내려다보았다
네가 떠난 자리의 커피는 처량히 소용돌이치고
내 빈 잔은 시커멓게 찌든 바닥만 보이고 있을 뿐
짙은 연기 속에 숨이 막혀 무채색 재로 남아버린 우리의 관계와
너의 한 구석을 멍들이고 있을 커피 찌꺼기 같은 나의 존재 사이에서
나는 빈 커피 잔만 내려 보았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