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익숙해지는 능력의 결핍
창 밖에 어둠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면
읽던 책을 덮고 불을 끕니다
눈 먼 밤이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고 가만히 숨죽인 채
뜬 눈으로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어둠은 느린 걸음으로
발끝서부터 차오르는데
빛에 길들여진 어린 눈동자에게
밤은 너무 낯설어
뜬 눈으로 하염없이 지새웁니다
어느새 밤은 여울져
제 앞을 집어삼키며 파도치는데
남은 길이라곤
풍랑에 젖은 가난한 섬이 되어가는 일
저 바다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밤의 끝에는 누가 찾아올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애써 더듬거리며
메마른 두 눈만 끔벅이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맙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어둠은
다시 때가 차면 나를 삼키려 들 텐데
나는 또 지난밤을 영영 잊고 말겠지요
달콤한 햇빛에 취한 눈망울로
흩어지는 것들을 담아가려 서두르지만
붙잡지 못하고 더듬거리다
오늘도 밤을 집에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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