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죄의식 덩어리
그날은 엄마도 아빠도 집을 비우고
꼬마 아이 혼자서 집을 지키던 날
찬장 깊이 숨겨 둔 눈깔사탕을
한 입 가득 삼켰던 날
작은 혹이 자라났다
하루는 목요일 6교시 수업이 끝나고
또래 친구들 졸래졸래 집에 가던 날
혼자 남은 교실 그늘에 숨어
친구 일기장을 남몰래 훔쳐 본 날
혹이 조금 커졌다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열병처럼 혹을 앓다가
도깨비가 찾아왔다
혹을 떼어주겠다는 검은 속삭임에
새하얗게 고개를 끄덕였던 날
그 이후로 뱃속에
도깨비를 키우게 되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윗집 민수도 옆집 은희도
엄마아빠 형제자매 친구마저도
혹을 떼어낸 상처를 숨기고 있다는 걸
정수리에 돋아난 모난 뿔을 감추고 산다는 걸
배를 갈라 열어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게 된 어느 날
나 또한 도깨비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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