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사업구상
제주에는 육지와 달리 의외로 없는 것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이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주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백화점'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걔 중에는 쇼핑을 하러 육지에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은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백화점에서 구입 후 택배로 발송 처리를 해 주기 때문에 맨몸으로 갔다가 맨몸으로 돌아온다.
어쩃든 제주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 보니 잡생각도 많이 떠오르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였다.
제주 피에로 쇼핑 만들기
익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피에로 쇼핑은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여 만든 잡동사니 마켓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온갖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고, 직원들조차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돈키호테는 물건을 찾는 재미와 함께 싼 가격에 작은 소품들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있다. 이를 비슷(?), 많이 비슷하게 옮겨온 것이 피에로 쇼핑이다.
어쨌든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제주 피에로 쇼핑'은 이렇다.
1. 제주의 모든 기념품을 판매
제주에 오면 사람들이 사는 게 뭘까? 기껏해야 감귤초콜릿, 막걸리 정도? 그런데 생각해보면 딱히 기념품이라고 할만한 물것들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작은 공방이나 카페에서 파는 소품들이 대부분인데, 제주도 내에 있는 이런 소품들을 다 모아서 한 곳에서 판매한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제주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막걸리와 술, 음료, 음식까지도. (음료는 당근 주스, 청귤 에이드 같은 음료도 있겠고, 음식은 당근 케이크, 흑돼지 버거, 고사리 파스타 같은 것도 있을 테니.) 아니면 당근, 귤, 흑돼지, 고사리를 잘 포장해서 판매하면 될 일이다.
2. 캐리어에 넣거나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도록 포장 또는 배송
제주에서 무언가를 사더라도 항상 고민은 '어떻게 들고 가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계산대 옆에서 '이 물건은 들고 탈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 그리고 손상되지 않게 캐리어에 넣을 수 있도록 포장할지, 택배로 육지에 배송해 줄지... 등등' 이런 내용을 알려주고 포장해주는 담당자가 있으면 어떨까.
3.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한 마을 데이 개최
제주는 각 마을마다 축제나, 특산품들이 많이 있다. 이런 마을 (보통은 '리' 단위)들이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마을 축제나 기념품을 소개하는 날을 운영해 상생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어 청수리 반딧불 축제, 모슬포항 방어 축제, 구좌 당근 같은 게 아닐까.
4. 수익금 비율은 공급자에게 많이 돌아갈 수 있게 조정
물론 가게는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지만, 제주에서 나오는 소품류의 기념품은 작은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제작 수량이 적으면 원가비율이 높아져 비싼 가격에 판매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돌아다녀 봐도 기념품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좀 비싸게 팔더라도 수익금은 공급자에게 조금 더 나눠주는 것도 지역 경제를 위해 의미 있을 것이다.
그냥 중구난방으로 생각나는 것들을 적다 보니, 체계적이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이지만, 이런 샵도 만들어서 운영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제주 공항에 가보면 제주 기념품 코너가 있지만, 특징 없고, 비싸기만 하고, 매출을 위해서 제주와 상관없는 애들 장난감도 같이 파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조금만 특색 있게 꾸며도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감귤 초콜릿, 땅콩 막걸리만 팔지 말고, 제주의 브랜드를 팔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