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한다.
-나는 지금이 좋다.
엄마 손을 잡고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날,
아빠가 사 준 프로스펙스 잠바를 입고 졸업하던 날,
극기훈련 가서 친구들 얼굴에 낙서하며 깔깔대던 날,
처음으로 여자아이에게 사귀고 싶다고 고백한 날,
신입생 환영회에서 밤새 술 마시고 인생을 논하던 날,
첫 월급 받아서 아버지께 가죽잠바 사드리던 날,
인생의 짝을 만나 기적적으로 결혼하던 날,
첫아이의 탯줄을 내 손으로 자르던 감격의 날.
그 많은 날들이
지금 몹시 그립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난 역시 그 순간의 의미를
잘 모르고 지나칠 게 뻔하다.
그 시절의 소중한 가치를
한 장 한 장 지폐를 세듯이
꼼꼼히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의 부자로 사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