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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에 문득 보았네

시와

by 박재우

https://youtu.be/NSUM2O8iwvE


여덟 살 때던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울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붙잡아 주면

제법 탈 수 있겠는데
손을 떼기만 하면

여지없이 중심을 잃고 말았다.

붙잡아 주는 사람도
핸들을 꼭 쥔 나도

팔을 덜덜 떨며 지쳐갈 쯤이었다.


"고개 들고 앞을 봐!"


앞집 아저씨의 조언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붙잡은 손이 떨어졌나

뒤돌아보고
페달에 발이 잘 얹어졌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 들고 앞을 보니
상체가 서고 중심이 잡혔다.

잡아 주지 않아도
혼자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때 배웠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중심 잡는 방법을.


나는 아직도

쓰러지는 것이 두려운지
앞만 보고 달리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어디쯤 가고 있는지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꽃들을

밟고 지나왔는지

알지를 못한다.


세상 속을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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