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오실 때쯤이면
어머니는 정성껏 새 밥을 지으셨다.
그 뜨거운 밥을 놋그릇에 담아
장롱 속 솜이불 사이로
깊숙이 묻어 두셨다.
절절 끓는 흰밥이
아버지 검은 얼굴 속으로
끝도 없이 들어갔다.
그러고 나면 아버지는
다시 힘이 나셨다.
솜이불에 싸인 밥그릇.
그 안에는
가장의 노고에 감사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끓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밥상에
고등어 김치찜이 놓여 있었다.
고등어 마디마디를
묵은지로 정성껏 돌돌 말아서
오랜 시간 끓인 것이라 했다.
그 시간이 깊숙이 배어서인지
몸속 깊은 곳까지 맛이 퍼졌다.
묵은지에 싸인 고등어.
입속에 계속 넣다 보니
솜이불에 싸인 흰밥을
끝도 없이 드시던
아버지가 된 듯하다.
고등어 반찬 하나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와
남편이
모두 모여 밥상에 둘러앉은
풍요로운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