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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루시드 폴

by 박재우

https://youtu.be/jTWQtDtYNOI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오실 때쯤이면
어머니는 정성껏 새 밥을 지으셨다.

그 뜨거운 밥을 놋그릇에 담아

장롱 속 솜이불 사이로
깊숙이 묻어 두셨다.


절절 끓는 흰밥이

아버지 검은 얼굴 속으로

끝도 없이 들어갔다.

그러고 나면 아버지는

다시 힘이 나셨다.


솜이불에 싸인 밥그릇.

그 안에는

가장의 노고에 감사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끓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밥상에
고등어 김치찜이 놓여 있었다.

고등어 마디마디를
묵은지로 정성껏 돌돌 말아서
오랜 시간 끓인 것이라 했다.

그 시간이 깊숙이 배어서인지
몸속 깊은 곳까지 맛이 퍼졌다.


묵은지에 싸인 고등어.

입속에 계속 넣다 보니

솜이불에 싸인 흰밥을
끝도 없이 드시던

아버지가 된 듯하다.


고등어 반찬 하나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와
남편이
모두 모여 밥상에 둘러앉은

풍요로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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