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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Sep 17. 2015

여름옷을 정리하며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다고

쏟아 놓은 푸념만큼

정리할 여름옷이 산더미다.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그 존재조차 잊어버린 옷들도 있다.

안 입는 건 버리라는 아내의 엄포에

노회한 도박꾼이 패를 감추듯

은근슬쩍 옷가지를 상자에 넣는다.


내년 여름에도 손길 닿지 않을 것들을

제대로 접지도 못하고 쑤셔 박는다.

겨우내 구겨진 옷들은

후회의 주름으로 가득하겠지.


욕심과 미련을 버리지 못해

주름이 늘어가는 내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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