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재주가 없는 내가
다육 화분을 선물 받았다.
생각날 때 가끔
물만 주면 된다는 말에
모니터 앞자리를 내주었지만
젖먹이를 떠맡은 아빠처럼
불안하고 후회스럽다.
퇴근 무렵 컵에 남은,
버리기도 귀찮은 그 물을
화분에 조금씩 따른다.
그것도 반가운지
다육은 온몸을 흔들며
물방울을 구석구석 굴리고 있다.
주인의 게으름을
생명수로 받으면서도
녀석은 신기하게 잘 자랐다.
물을 준 다음날엔
윤기까지 온몸에 흘러
키우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물 없고 빛 적은 땅에서도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
수수한 모양새로 평생을 사는 식물.
베푸는 게 없는데도
잔잔한 감동을 되돌려준다.
이 척박한 세상에서
다육처럼 버티는 날,
신(神)도 대견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