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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ul 06. 2015

쉘 위 댄스

일상을 위한 아름다운 일탈

일상이여,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주인공 스기야마 쇼헤이는 일반적인 사회의 눈으로 보았을 때, 안정적인 삶을 이루어 낸 인물이다. 사랑스런 아내와 귀여운 딸, 그리고 그 가족들이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까지, 그에게 부족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그 허전함은 무엇일까? 
사람의 욕망은 끊임없이 자란다. 그것이 때로 개인의 화를 불러 올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인생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생각해 보라. 꿈이 없는, 욕심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초라한가? 결혼을 꿈꾸던 이는 어느 새 어여쁜 자식을 바라게 되고, 자식을 얻은 이는 곧 커다란 실평수의 집을 바라게 된다. 그게 다 일까? 그 다음으로, 현실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는 개인의 문제로 돌아가 자신의 원초적 욕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처럼 끊임 없이 이어지는 욕망의 자락은 사회라는 억압된 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힘들게 한다. 그런 이유로 욕망하는 개인은 일탈을 꿈꾸게 된다. 본작의 출발은 이러한 일탈의 욕망으로부터 시작한다.

  

금기된 일탈, 현실 밖의 어두움 

일탈이라는 용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반사회성은 현실에 순응하는 우리들에겐 어느 정도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본작이 지니는 영화적 매력은, 일탈을 얘기하지만 아름답다는 점일 것이다. 본작에서는 작품 내부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원초적인 쾌락인 춤과 음악을 통해 일탈을 이야기한다. 일군의 선학이 무리지어 유영하듯 플로어를 메우는 아름다운 몸짓은 꿈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 준다. 이처럼 개인의 꿈과 일탈이 만나 현실과 다른 세계를 형성하면서 영화의 내부는 동화적 요소로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 인물들은 일상에서 받아 온 상처를 치유한다. 즉, 본작에서의 일탈은 현실로부터의 탈출인 동시에 현실에서의 정상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이 현실 귀환의 장치로서 일탈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삶의 아름다움 

작품 속의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스기야마는 일상의 틀을 깨 버릴 수 있는 자극을 필요로 하고, 마이는 춤에 대한 열정을 잠시 접어 둔 상태이다. 아오끼는 일상에서의 왜소함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으며, 도요꼬는 남편을 잃고 혼자 지내 온 외로움을 가슴 속에 묻고 있다. 각자의 이유들로 일상에 지쳐 있는 그들은, 춤이라는 통로를 통해 순수한 열정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함께 춤추는 파트너들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적인 따스한 정도 느끼게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던 스기야마는 일상에 대한 활력을 얻게 되었으며, 마이는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멋진 춤을 출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오끼는 가발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도요꼬는 자신을 보호해 주는 파트너의 배려 속에 외로움의 흔적을 씻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인간(인생)과의 교감이다. 춤에서는 스텝보다 느낌이 중요하다는 다마꼬 선생님의 말은 인생에 있어서 자아와 대상 간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워 준다. 이처럼 등장 인물들은 작품 내에서도 말한 것처럼 떳떳하지 못한 사교 댄스를 통해 삶의 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이는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전적으로 신뢰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춤의 미학이 인생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이 단순한 몸짓이 아닌 정신적인 교감으로서의 춤의 의미는 스기야마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춤추는 장면을 통해 잔잔한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삶을 위하여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는지요?" 살아가면서 포기하게 된 꿈이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애정. 이것들을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더욱 생기를 띠게 될 것 같다. 꿈과 타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현실 속에 그처럼 아름다운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Shall we dance?" 

이 말 한 마디가, 아직도 나의 가슴 속에서 보다 여유 있는 우리들의 삶을 위한 주문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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