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익
차 한 잔을 마시려고
물을 끓인다.
고작 한 잔의 물을 끓이는데
전기주전자 소리가 참 요란하다.
놀러와 새벽에 깬
아이들의 수다처럼
백화점 세일 행사장에서
물건 고르는 엄마들 손길처럼
시끄럽지만 부지런한 기운이 가득하다.
내 가슴엔 언제
저런 분주함이 있었을까?
끓어오를 준비 없이 깨어나
그나마의 온기도 식어가는 가슴.
그 가슴으로 일상의 바람에 휩쓸리며
오늘을 보낸다.
그러다 모든 게 싫어지는 어떤날엔
멀리 떠나고 싶다.
바람을 마주보며
바람이 시작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내 가슴의 푸르른 꿈이
맑은 웃음으로 끓어오르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