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서울이 고향인 나는
명절이 되면
텅 빈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떠난 동네는
너무 심심하고 조용해서 싫었다.
조금 더 자라서는
텅 비어 버린 서울을
즐기기 시작했다.
단성사, 피카디리 입장권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결 같았던 것은
나도 저 멀리의 고향이란 곳을
찾아가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움직일 틈 없이 꽉 막힌 귀향길의 끝에서
튀밥 같은 미소로 새끼들을 맞아 줄
고향의 하늘과 바람과 냄새들.
그 품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고향 가는 길목이 막히고 더딜수록
그리움이 익어가고 반가움이 자라겠지.
정으로 더욱 풍성해지는 한가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