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무지개를 보여 줄 거라 했다.
갖가지 색이 곱게도 어울린.
어떻게 무지개를 띄울 수 있냐고 묻자
무조건 자신은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술렁였다.
저 정도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무지개를 볼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했다.
일부는 마음속에 그린 무지개를
실제 있는 것인양 떠들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을 내주었다.
하지만 무지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따지자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
자신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비를 기다려야 할지
무지개를 기대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비도 오지 않고
무지개도 뜨지 않고
먹고살 일이 막막하게
혹한만이 찾아왔다.
무지개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질문과 공포만 남았다.
무지개를 꿈꾼 사람들에게
과연 얼음이 녹는 봄이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