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의자
드럽고 치사하고 억울했던 일들을
'휴먼굴림체'로 빡빡하게 눌러 써서
박력 있고 당당하게 '사.직.서.'
세 글자가 박힌 봉투에 담아
그분의 면전에 세차게 던지고 나면
쌓였던 체증이 사이다 마신 듯
뻥! 하고 뚫리련만.
그런 퇴사는 드라마에나 있다.
요즘은 사직서를 전자결재로 제출한단다.
퇴직 사유도 해당란에 체크하면 끝이고.
우리에겐 호방하게 사직서 던질 기회조차 없다.
그러니 울컥하는 마음에 사직서 생각이 났다면
그 생각 그만 거두어라.
그리고 계획을 수정한다.
오래 버티고 살아 남아서
두고두고 그분을 괴롭히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