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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Nov 08. 2015

비닐 우산

낯선사람들

https://youtu.be/eyfSjfW5YpM


느닷없이 내리는 빗줄기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나타난

너의 손에 들려 있던 비닐 우산.

푸른빛이 도는 얇은 비닐이

안쓰럽게 대나무살에 붙들려 있었다.

그 위태로운 우산 하나를 꼭 붙들고

우리 둘은 더욱 가까워졌었지.

겨우겨우 집에 돌아와서는

너의 마음이 담긴 그 우산을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 두었다.


요즘 비닐 우산은

다시 쓰기에도 손색 없게

튼튼하고 예쁘게 나오더라.

하얀색 투명 비닐이

비 내리는 세상을 시원하게 보여 준다.

가볍고 간편하게 빗속에서

낭만을 활짝 펼칠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온몸이 젖어도

비닐 우산 하나를 들고 선 너가 없다.


그런 우리가 삭막해서인지

한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어제도 오늘도 계속 내린다.

자기 몸은 다 젖은 채

펴지도 않은 비닐 우산을 들고 서 있던 너.

그날, 그 웃음, 그 따뜻함이 모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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