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사람들
느닷없이 내리는 빗줄기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나타난
너의 손에 들려 있던 비닐 우산.
푸른빛이 도는 얇은 비닐이
안쓰럽게 대나무살에 붙들려 있었다.
그 위태로운 우산 하나를 꼭 붙들고
우리 둘은 더욱 가까워졌었지.
겨우겨우 집에 돌아와서는
너의 마음이 담긴 그 우산을
버리지 못하고 고이 모셔 두었다.
요즘 비닐 우산은
다시 쓰기에도 손색 없게
튼튼하고 예쁘게 나오더라.
하얀색 투명 비닐이
비 내리는 세상을 시원하게 보여 준다.
가볍고 간편하게 빗속에서
낭만을 활짝 펼칠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지금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온몸이 젖어도
비닐 우산 하나를 들고 선 너가 없다.
그런 우리가 삭막해서인지
한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어제도 오늘도 계속 내린다.
자기 몸은 다 젖은 채
펴지도 않은 비닐 우산을 들고 서 있던 너.
그날, 그 웃음, 그 따뜻함이 모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