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전철역에서 회사로 가는 길
점심 식대를 각자 카드로 계산하는 줄처럼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이 좁은 길 위에 있다.
처음엔 그 길이 유일한 줄 알았다.
그 길로 가는 것이 제일 빠른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길에는 실수가 없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꽃과 나무가 가득한 새 길을 갖게 되었다.
횡단보도에서부터 밀리는 인파에서 튕겨 나와
무작정 들어선 작은 길이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부터
출퇴근 시간에 짧은 산책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 콧노래를 부르니 발걸음도 가벼워지는지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이 더 짧아졌다.
잘 포장된 보도보다 내가 선택한 오솔길이
빠르고 편하고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