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Feat. 신승열)
비는 세상에 커튼을 친다.
안쪽의 공간에 있으면
누구나 은밀하게 단둘이 된다.
오로지 그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할 말이 없을 때는 가만히
저 대견한 빗줄기를 칭찬하면 된다.
연애에 서툰 사람들도
비오는 날이라면
성공적인 데이트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그래서 비가 예고된 날이면
단둘이 되고 싶은 그 사람을
나의 앞에 앉혀야 한다.
막걸리 한 사발에
하얗게 웃음을 흘리고
도토리묵 한 점에
탱글탱글한 감정을 고백하고
해물파전 한 접시에
오늘 데이트의 푸짐한 행복을 담으면 된다.
비오는 날엔 누구나
빗물을 흡수하는 흙땅처럼
마음이 말랑말랑 부드러워지니까
서로를 받아들이는 데 더욱 수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