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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Nov 24. 2015

구로디지털단지의 점심시간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에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다는 기사에 그럴 줄 알았다는 조롱 섞인 댓글을 읽으면서 꿈에 대한 이 사회의 천박한 잣대를 생각한다. 좌절한 꿈은 무모한 도전으로 폐기 처분되고, 오직 성공한 꿈만이 박제로 남아 모두에게 꿈꿀 것을 강요한다. 그렇게 박제로 전시될 자신이 없기에 관람객이 되기로 한 나는, 댓글 난처럼 구획된 구로디지털단지의 고층빌딩 한 구석에 몸을 숨기고 누군가 꿈꾸고 실패하고 조롱받는 모습을 훔쳐보며 누구처럼 꿈꾸지 않아 별 탈 없이 숨 쉬고 사는 스스로에게 만족을 느끼고 있다. 창밖으로는 가수 지망생인지 무명 가수인지 모를 누군가의 훌륭하지 못한 가창(歌唱) 소리가 구로디지털단지의 회색빛 허공 속에 뒤섞여 불편함을 배달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의 휴식을 방해하는 저 실력 없는 꿈의 민폐에 분개하며 꿈꾸지 않고 사는 나의 배려심을 대견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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