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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ul 09. 2015

당신의 빈자리

잠든 당신을 바라본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미동조차 없다.

야속한 마음에 나도 눈을 감아 본다.

‘지금쯤 깨시려나?’

기대에 눈을 떠 보면,

당신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혼자 깨어 있어 외롭다.

외로움에 온몸이 저려온다.

당신이 깨어나 나의 피로를 풀어 주었으면.

두 눈을 활짝 뜨고,

당신의 튼튼한 다리로 내 앞에 서 주었으면.

바람이 커질수록 시간은 더디 간다.


당신을 왜 선택했을까?


당신은 쉽게 자리를 내줄 것 같았다.

학생다운 외모에

드물게 책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편안한 안식처를 꿈꾸게 했었다.


하지만 이내 눈 감아 버린 당신.

누구보다 함께한 시간은 길었지만,

지내는 내내 우린 따로였다.

언제나처럼 난 기다림을 붙들고 있을 뿐...

이쯤에서 순순히 당신을 포기하려 한다.


아니 잠깐,

당신은 비로소 눈을 뜬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남은 잠을 털어낸 당신은

기뻐하는 나를 본 척 만 척,

성큼성큼 사라져간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우두커니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다.

가는 길에 방해가 될까

이리저리 몸을 피하면서...


비로소 혼자가 된 나는,

당신의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오늘은 고속터미널역에서 겨우 앉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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