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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Dec 09. 2015

오후 두 시의 사무실

오후 두 시의 사무실은

욕망을 구워 내는 오븐 속 같다.

사방이 침묵으로 밀폐된 공간에

또각또각 튀어 오르는 컴퓨터 자판 소리.

욕망의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신호다.


“아침에 준 걸 퇴근 때까지 달라는대? 미쳤나 봐. ”

“어제 소개팅 했는데, 이번엔 잘 될 거 같아. ^^”

“오늘 끝나고 7시까지 거기로 오세요~!”

“이거 좀 봐. 괜찮지? 지를까?”

“도저히 안 되겠어. 때려치워야지.”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데

수많은 이야기들이 끓어오르는 중이다.

사방에서 보내는 열기로 반죽이 익는다.


어느새 퇴근 시간.

껍질이 딱딱하게 굳으면

사람들은 부드러운 속살을 감추고

화려한 쇼윈도 속의 일부가 된다.

저마다의 향기를 피어올리며

수많은 욕망과 섞이고 부딪친다.


낮 동안 참아왔던 목소리가

흥이 나지 않는 연말 분위기를 띄우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낯설고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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