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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an 17. 2016

겨울날의 회상

박주원

https://youtu.be/qWpAS8ZeEOw


오래 전 어느 겨울에

나는 대포항에 있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저녁부터 눈이 내렸는데

숙소로 돌아오는 밤길이 눈에 묻혀 사라졌다.

다음 날 한낮이 돼서야 눈을 떴을 때도

창밖에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분첩을 두들기는 새색시 얼굴처럼 환한 유리창.

바깥세상은

폭설의 계엄령이 내린 비상사태였다.

나는 어찌할 수 없이

숙취에 절은 몸을 흰 침대에 누이고

하루를 꼬박 아무 일도 안 하고 보냈다.

세상으로부터의 완벽한 고립.

눈보라의 부지런함은

나에게 게으름을 선물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처음 느끼는 자유였다.

지금도 그 겨울의 추억이 황홀하게 떠오른다.

아이들의 끝없는 수다에 머리가 아파지거나

따뜻한 이불 속에  웅크리고

내일 회사에서 할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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