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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an 10. 2016

Ode to joy

Akira Jimbo & Brian Bromberg

https://youtu.be/r5tm4b8W53A


어릴 적에 목욕탕엘 가면

바가지를 가지고 탕 속에서 한참을 놀았다.


놀이의 방법은 단순했다.

바가지를 엎어서 탕의 바닥까지 꾹 누른 다음,

바가지가 바닥에 닿았을 때 손을 떼면 끝이다.

신기하게도 바가지는 스스로

물의 표면까지 솟아올랐다.


바가지를 누를 때

바가지가 버티는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이 셀수록 바가지는

더 빠른 속도로 솟아올랐다.

바가지와 시소를 타듯 힘을 겨루고 나면

손발이 할아버지 피부처럼 쭈글쭈글해졌다.

별 거 없는 그 놀이가

그때는 그렇게 재미있었다.


이제는 나의 아들이 탕 속에서

바가지를 가지고 노는 나이가 되었다.


아들의 놀이를 보면서

어릴 때는 알지 못했던

놀이의 또 다른 의미를 읽는다.

바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바닥에 닿은 후에는 떠오르는 일만 남아 있다.

실패하고 좌절하여 마음이 바닥에 닿았을 때,

우리는 이제 다시 떠오를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주변의 모든 일은 기쁨이 된다.

그렇게 사소한 기쁨들로 몸이 가벼워지다 보면

수면 위로 치솟아

큰 숨을 쉬며 햇빛도 보게 되겠지.


주중의 피로로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이

기쁨의 추진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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