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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Feb 04. 2016

봄 들머리

입맛이 없거나 기운이 빠질 때

어김없이 식탁에는 사골국이 올랐다.


질 좋은 사골을 준비해서

하루가 넘게 핏물을 빼고

초벌로 끓여 기름기를 걷어낸 후

뽀얗고 진한 우윳빛이 감돌 때까지 

공들여 끓이고 또 끓여 낸

어머니의 사랑.


나의 기쁨은

그렇게 오랜 정성 뒤에

얻어진 것이었다.


매서운 추위를 마른 나뭇가지처럼

견뎌 내는 일이 버거워질 때쯤,

봄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채비한다.


봄은

이제 저 깊은 땅속에서 군불을 때고

얼어 있는 세상을 끓이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봄기운을 우려내어

사골국처럼 하얀 봄꽃들을

한가득 피워 내겠지.

천지에 진동할 봄내음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온몸에 생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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