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거나 기운이 빠질 때
어김없이 식탁에는 사골국이 올랐다.
질 좋은 사골을 준비해서
하루가 넘게 핏물을 빼고
초벌로 끓여 기름기를 걷어낸 후
뽀얗고 진한 우윳빛이 감돌 때까지
공들여 끓이고 또 끓여 낸
어머니의 사랑.
나의 기쁨은
그렇게 오랜 정성 뒤에
얻어진 것이었다.
매서운 추위를 마른 나뭇가지처럼
견뎌 내는 일이 버거워질 때쯤,
봄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채비한다.
봄은
이제 저 깊은 땅속에서 군불을 때고
얼어 있는 세상을 끓이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봄기운을 우려내어
사골국처럼 하얀 봄꽃들을
한가득 피워 내겠지.
천지에 진동할 봄내음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온몸에 생기가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