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회사를 가는 데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1시간 40분이라는 이동 시간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다.
"그렇게 멀어서 어떻게 다니세요?"
"가까운 데로 이사 오세요."
"차비만 해도 엄청 나겠는데요?"
"저랑 비슷하시네요. 무척 힘드시겠어요."
대체로 '지루하고 힘들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그 정도로 힘들지가 않다.
어떻게 보면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집에서 나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하고 있다.
하루 중에 온전히 나로서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옆에서 누가 부를까 걱정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시간.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지금처럼 글을 쓰기도 하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세상 걱정도 해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다.
오로지 나의 취향대로만.
그 시간이 나머지 두 공간에서의 '나'를 더욱 충실하게 한다.
회사에서의 피로와 가장으로서의 짐들은
출퇴근 시간 동안 잊으려 한다.
그 시간이 길수록 회복의 효과는 커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조직원으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심호흡 같은 거다.
바뀐 환경에서 새로운 의지를 다지기 위한.
일상의 숨가쁜 흐름에 찍히는 쉼표.
그 쉼표의 호흡이 유난히 긴 나는, 그래서 불만이 없다.